한국은행 강남본부가 32년만에 새단장에 나선다. 건물 노후화로 본부 내부에 있는 정보통신(IT) 센터와 발권시설 등 주요 시설의 보안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리모델링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총 공사비로는 최소 3000억원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26일 나라장터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작년 9월 ‘강남본부 리모델링 관련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냈다. 입찰 결과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선정됐고, 현재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 강남본부, 1991년 개점… 건물 노후화로 보안 강화 필요
1991년 개점한 강남본부는 국가적으로 중요성이 높은 건물로 꼽힌다. 지역본부가 수행하는 발권·외환업무 외에도 본원 IT전략국에서 사용하는 전산 서버와 금융결제원 본원도 강남본부에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본원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던 2017년부터 작년까지는 본원에 있던 현금을 강남본부 금고에 보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준공 후 30년이 넘어서면서 리모델링 필요성이 커졌다. 본부 업무의 보안을 강화할 필요성은 높아졌는데 현재 건물에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강남본부에 있는 메인 IT센터의 경우, 일반 사무실 안에 지어져 출입 통제는 물론 재난대비 설비를 갖추기도 쉽지 않다. IT센터를 별도 영역으로 분리해 보안 및 재해대응 관련 시설을 갖추고 있는 민간과는 대조적이다.
발권시설도 손봐야 한다. 강남본부 지하에 있는 금고는 1991년 기준으로 지어져 대형 운송차량이 진입하기가 어렵다. 원활한 운송업무를 위해 지하금고의 규모를 키우고 관련 설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은은 사무환경과 발권시설 등에 대해 최신 기준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신축과 증축, 개축 등 모든 건물수선 방식을 포함한 리모델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2월 초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 공사비 최소 3000억원… 발권·외환 등 업무 분산될 듯
리모델링이 본격화될 경우 총 공사비는 수천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본원에 통합별관을 신축하고 기존 본관·제2별관을 리모델링(연면적 9만7930㎡) 하는 과정에 4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2017년 계약 당시 공사비는 2832억원이었는데, 물가가 오르고 착공이 지연되면서 비용이 급등했다. 공사 기간 지출한 임대료까지 더하면 4500억원을 넘어선다.
강남본부는 연면적 4만5864㎡(지하 2층~지상 11층) 규모다. 증축하지 않고 현재 규모로 다시 짓는다고 가정해도 본원 공사비 4000억원의 절반가량이 소요된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비용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한은이 본부 공사 발주를 냈던 2015년과 비교해 150% 수준으로 올랐다. 이를 감안하면 공사비로만 어림잡아 최소 3000억원(2000억원×1.5배)이 지출될 수 있다.
강남본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발권업무와 외환심사업무는 인근 시설로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발권업무는 한국은행 본부나 지역본부 등으로 이관되고, 외환심사업무는 별도의 사무실을 임차해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IT전략국에서 사용하는 메인 서버의 경우 경기 지역본부에 있는 IT센터로 옮기는 안이 유력하다.
한은 관계자는 “2월 초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면 총재 보고를 거쳐 금융통화위원회 의결까지 받아야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