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현행 연 5.25~5.5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향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그러면서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미국의 경제가 상당히 강하고 놀랍다”고 표현하며 향후 추가 긴축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하지만 시장에선 동결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며 사실상 연준의 금리 인상이 종료됐다고 평가했다.

미 연준은 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지난해 3월부터 숨가쁘게 금리를 올려 온 미 연준은 올 하반기 들어 그 속도를 급격히 낮추며 숨을 고르고 있다. 올해 6월 15개월 만의 금리 동결이 있었고, 지난 7월 0.25%포인트(p) 인상해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만들었다가 9·11월 2회 연속 현 수준을 유지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정책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파월 “인플레 상당 양호… 국채 금리 정책에 영향”

이번 동결 결정 바탕에는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진정세’에 대한 꽤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중반 이후 완만해져 왔다”며 “지난 여름 인플레 수치가 상당히 양호했다”고 말했다. 불과 지난달 20일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여기에서 한 발짝 진전된 평가다.

장기물 국채 금리 급등의 금융 시장 긴축 효과를 인정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연준의 성명서에는 ‘더 긴축적인 금융 여건(tighter financial condition)’이 새로 언급됐다. 지난 9월 FOMC 성명서에는 금융 여건 언급 없이 ‘신용 여건(tighter credit condition)’이란 문구만 있었다. 파월 의장도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이 통화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9월 점도표가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기에 인상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점도표는 시간이 지나면 그 신뢰도가 하락한다”며 “점도표는 결과가 아니라 예측이다.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정책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롬프터에 '동결' 발언이 흘러나오는 모습. /EPA=연합뉴스

다만 그는 추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최근 몇 달간의 좋은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표(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 인플레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지 않는다”고 덧붙이면서, 과도하게 낙관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후 다시 금리를 올리기 어려워진 것이라는 말은 틀렸다”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경제 상황이 탄탄하다고도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을 더 낮추기 위해선 경기 둔화가 필요한데, 오히려 강한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준은 이날 FOMC 성명서에서 “최근 경제 활동은 3분기 강한 속도(strong pace)로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9월 성명서에 포함된 “견조한 속도(solid pace)”보다 더 강한 표현이다.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면 인플레 하락 속도가 더딜 수 있기 때문에, 시차를 둔 통화정책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와 관련해선 논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방공개시장) 위원회는 금리 인하를 생각하고 있지도 논의하고 있지도 않다”며 “우리의 질문은 충분히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달성했는지 여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전히 첫 번째 질문,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지속 가능하게 2%로 낮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제한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달성했는가’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정책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시장 “사실상 금리 인상 끝”… 美 국채 금리도 하락

이번 미 연준 결정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표면적으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매파적 동결’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발언 곳곳에서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발언이 함께 관찰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에선 “생각보다 온건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피터 카딜로 스파르탄 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명은 비둘기파로 기울어져 있었다”며 “내가 예상한 것보다는 덜 매파적이었다”고 말했다. 카딜로 이코노미스트는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는 사실은 연준이 12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을 시사한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연준은 (금리 인상을) 다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후 미 국채 금리도 하락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후 전날보다 11bp(1bp=0.01%p) 하락한 연 4.761%에 거래됐다. 뉴욕증시도 상승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0.67% 상승한 3만3274.58에 마감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05%, 1.65% 상승한 4237.86, 1만3061.47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