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와 임시 공휴일이 더해진 6일간의 ‘황금연휴’ 동안 해외여행을 떠난 국민들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다수의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단체 관광객 입국이 허용된 후 한국 관광지를 찾는 중국인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이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7일간 공항 이용객이 121만3319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떠난 출국자는 62만4472명으로 2019년(43만7267명) 추석 연휴 때보다 18만7205명이 많았다.
해외로 떠난 이들이 늘어난 만큼 중국 관광객의 입국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최대 국경일인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7만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친구나 가족 단위의 개별 관광객을 더하면 10만 명을 웃돌 전망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제주도 관광에 중국인들이 몰리는 추세다.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은 줄었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늘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1만7698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중국 국경절 기간(2만2697명)의 80% 가까이 회복한 수준이다. 내국인 관광객(22만1700명)은 지난해(26만5676명)에 비해 16.6% 줄었다.
지난달부터 중국과 제주를 오가는 직항노선은 주 124편으로 종전보다 20편 늘었다. 지난달 16일 항저우~제주(장룽항공) 노선이 주 4회에서 7회로 확대됐다. 지난달 20일에는 베이징 노선(대한항공)도 주 3회에서 주 6회로 늘렸다. 국경절 시작 이후에는 중국~제주 직항노선이 주 154편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여행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유커(遊客)의 귀환’을 기대 중이다. 2017년 사드 보복 조치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의 방한이 뜸했지만, 지난 8월 31일 중국 정부가 6년 5개월 만에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 관광 허용 이후 처음으로 국경절 연휴를 맞으면서 방한 중국인 수도 늘었다.
유커들의 귀환 신호는 면세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 2일 중국인 단체관광객 1000여 명이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을 방문했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8월 10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명동 본점의 중국인 매출이 직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 늘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올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약 181만~349만 명으로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잠재 소비 증가액이 약 3조5992억원에서 6조958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국민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발표한 한국은행의 7월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여행수지 적자는 6월 12억8000만달러에서 7월 14억3000만달러로 확대됐다. 지난 1월 14억9000만달러 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 8월부터 중국의 한국 단체여행이 허용된 만큼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국인 단체 관광 빗장이 풀리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이 감소할 것”이라며 “개인 관광객도 동시에 늘어나는 만큼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이 된 관광지를 알리고 항공편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