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전세사기가 발생한 가운데 이 문제 발생과 해결에 깊은 관계가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반년째 수장 공백 상태다. 철도 안전을 책임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두 달 동안 사장 자리가 비어있다. 두 기관 모두 신임 사장 공모를 시작했지만, 후임자 찾기에 어려움을 겪어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코레일에 따르면 나희승 코레일 전 사장 해임이 이뤄진 지 두 달여 만에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코레일은 17일부터 25일까지 사장을 공개 모집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통상 사장 공고는 14일간 내는데, 이번엔 모집 기간이 이전보다 짧아졌다”면서 “공백 기간을 단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 임원추천위원회는 최근 사장 자격 요건과 공모 절차를 확정했다. 합격자에 한해 서류심사와 면접 심사가 진행된다. 자격 요건은 ▲최고 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 ▲철도 분야에 대한 이해와 정책 대안 제시 역량 ▲조직관리 및 경영 능력 ▲건전한 윤리 의식 등을 갖춘 자다.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이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이후 사퇴해 반년째 수장 공백 상태인 HUG도 차기 사장 공모 신청을 마치고 심사 중이다. HUG 관계자는 “임추위에서 후보 심사를 진행 중”이라며 “사장 선임 초반 과정인데,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심사를 거쳐야 해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도 사장 선임 관련 이슈는 올라오지 않을 전망이다.
통상 사장 선임까지 2~3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레일과 HUG 두 곳 모두 올해 상반기까지 새 사장이 임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추위는 면접을 거쳐 5배수의 후보군을 선정한다. 이를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추천하면 공운위가 약 1개월간 후보자들을 검증한다. 공운위 심의·의결을 거친 2배수 후보자 중 국토교통부 장관의 제청을 통해 대통령이 최종 1명을 임명한다.
일각에서는 HUG와 코레일의 대내 여건에 부담을 느낀 후보자들이 사장 공모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HUG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를 책임지는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 공공기관인 만큼 수장의 부담이 큰 시기다.
코레일은 지난해 열차 궤도이탈, 오봉역 직원 사망,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 등 잇단 사고 발생으로 운영 부실 지적을 받고 수십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최하점인 E(아주 미흡) 등급을 받았다.
상반기 중 사장 선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기관 내에서는 업무 차질이 심각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HUG와 코레일 내부에서는 신속하게 사장을 선임해 업무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수장의 빈자리로 인해 인사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코레일 실·본부장급의 19명 중 6명이 아래 직급을 겸한 직무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HUG도 부서장급의 약 54명 중 11명은 직무대행 상태다. 코레일 관계자는 “정년퇴직으로 인한 빈자리가 생겨도 승진 대상자가 승진하지 못하고,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올해 대규모 정년퇴직도 예정돼 있어 업무 공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토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기관 내에서 고위급 인사를 내기 전에 국토부와 협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장 자리가 공석이면 외풍을 막아줄 역할을 할 수 없어 국토부와 원만한 협의에 이르기 힘들고, 인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