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등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신임 위원 2명이 합류한다. 박기영·주상영 전 금통위원의 임기가 지난 20일로 끝나면서 그 자리를 박춘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과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이어받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합류하는 금통위원의 통화정책 기조에 주목하고 있다. 금통위원의 성향이 매파(hawkish·통화긴축 선호)적인지 또는 비둘기파(dovish·통화완화 선호)적인지에 따라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흐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박춘섭·장용성 신임 금통위원은 이날 취임식을 갖고 3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아직 두 위원의 성향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두 위원이 참석하는 첫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인 5월 25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례 없는 금리 인상기에 금통위원을 지낸 주상영 전 위원은 ‘비둘기파’로 통했고, 박기영 전 위원은 ‘매파’로 불렸다. 주 전 위원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8월 이후 금리 인상폭을 줄이거나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5번 개진해 금통위 내 대표 비둘파로 꼽혔다. 반면 박 전 위원은 1년 6개월의 임기 동안 열린 13번의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소수의견을 한 번도 내지 않아 매파로 분류됐다.
시장에서는 박춘섭 신임 금통위원이 비둘기파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 신임 위원은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경제 관료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재정 업무를 담당했고 조달청장을 지냈기 때문에 거시경제나 통화정책을 다룬 경험은 거의 없다. 기재부 관료 출신인 만큼, 경기 둔화 속도를 늦추고 싶어하는 정부 기조에 맞춰 완화적인 성향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더구나 ‘예산통’ 관료 출신인 만큼 재정 투입을 늘리는 것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박 위원은 이날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는 수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나 활력을 찾아가고 있으나, 코로나 기간 중 늘어난 유동성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가 크게 올랐다”며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도 높은 물가와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지난 1년 반에 걸쳐 급격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경제의 여러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내외 여건도 녹록지 않아서 우리의 상황에 알맞은 적절한 통화정책 운용이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물가와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장용성 위원의 경우 첫 금통위에서 성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장 위원은 지난해 통화정책 관련 논문을 2편 썼는데, 하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물가 통계와 실제 물가간 괴리가 크다는 내용이다. 전·월세 가격, 자가 주거비, 억제된 공공요금 등을 반영하면 물가 상승률이 3%포인트 더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스태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동시에 다룬 만큼, 논문을 토대로 장 위원의 성향을 파악하긴 쉽지 않다는 게 시장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장 위원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경제 자문 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금융분과 분과장을 맡은 만큼, 정부의 정책 방향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전까지는 금통위원 6명 중 조윤제·서영경·박기영 위원과 이승헌 부총재까지 4명이 매파, 주상영·신성환 위원 2명이 비둘기파로 불렸다. 새로 합류한 두 위원의 성향에 따라 금통위 내 매파와 비둘기파 비중이 기존의 4대2에서 3대3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물가 안정과 성장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타고 있는 한국은행이 경기 안정에 보다 중점을 두고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거나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두 위원의 성향은 다음달 금통위 직후 발표되는 소수 의견과 최종 금리 수준, 금통위 의사록 등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