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업의 부흥이 국가 주요 전략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향후 10년까지를 내다보는 중장기 로봇 전략을 짜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간 ‘하드웨어’ 개발에 치중했던 우리 로봇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해 어떻게 신사업을 창출해낼 것인지가 주요 고민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의 일상화 시대를 국가 주도로 앞당기겠단 의지다.

테슬라가 올해 'AI데이' 행사에서 공개한 옵티머스 로봇. /AFP=연합뉴스

◇ 향후 10년 로봇 산업 전략 그리려는 정부

21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 관계 기관은 향후 5~10년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국가 로봇산업 전략 청사진을 구상 중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 로봇 산업은 그간 ‘하드웨어’에 집중했는데, 앞으로 로봇이 일상화하는 시점에선 ‘소프트웨어’가 훨씬 중요하게 된다”며 “전통 산업 로봇 분야뿐 아니라, 청소로봇이나 서빙로봇 같은 개인 서비스 영역부터 법률·회계 같은 전문 영역까지 다양한 필드에서 보급될 서비스 로봇 영역 등을 총망라해 발전시키기 위한 고민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 데 집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느냐에 대해 제대로 발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 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 2022에서 시민들이 서빙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말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우리나라 미래성장과 경제안보에 기여할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해 육성하는 ‘국가전략기술 육성 방안’을 발표하며 그 중 하나로 ‘첨단로봇·제조’를 포함한 바 있다. 윤 정부 첫 생중계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미래 먹거리를 준비 중인 부서로서 AI를 핵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돌보미 로봇 등 AI 구독 시대에 맞는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로봇 산업 전략의 핵심은 AI라는 것이 정부와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로봇이 선사한 무인화 혁명’이란 보고서에서 “로봇이 로봇되지 못하고 기계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머리에 해당하는 인공지능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며 “최근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으로 로봇이 생각하기 시작하고,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는 점이 로봇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게끔 한다”고 했다. 이어 “인공지능을 장착한 지능형 로봇의 등장으로 물리 세계의 무인화 혁명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현주소를 평가했다.

그래픽=이은현

◇ 국가 로봇 경쟁력 ‘TOP5′ 중 꼴찌…”시장 선점 시급”

이런 전략에 정부가 속도를 내려는 것은 우리나라 로봇 산업의 경쟁력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단 문제의식에서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산업 분야로만 따졌을 때 주요 국가별 경쟁우위에서 ▲일본(9.5) ▲독일(9.3) ▲미국(8.4) ▲중국(7.5) ▲한국(7.4) 순의 점수를 보였다. 이는 연구개발(R&D) 설계, 조달, 생산, 애프터마켓·서비스, 수요 분야를 종합한 평가다.

대표적인 산업용 로봇 강국은 일본이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에서 출하되는 로봇 수는 전 세계 로봇의 51.1%를 차지한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로봇 도입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주목돼 위기감을 드높이고 있다.

산업 로봇뿐 아니라, 서비스 로봇 분야 역시 촉망받는 시장 중 하나다. 배달·배송에 특화된 물류 로봇부터 서빙·조리하는 F&B 로봇까지 사업화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물류 로봇 시장의 경우 내년 한해 약 2000대(약 600억원) 규모로, 서빙 로봇은 약 1만1000대(약 3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사·농업·건설·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있는 만큼 확장성이 높다”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계인 법제화 작업조차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배달 로봇이 보도를 다니는 것부터 아직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은 보도를 통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의 범위를 특정하고 있는데 이날 법안 상정을 앞두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화물차·이륜차로 제한돼 있는 배송 수단을 로봇·드론까지 확대하기 위해 도로교통법 등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지난 9월 약속했다.

구독형 서비스 로봇(RaaS·Robot as a Service)나 상용화 등의 아이디어를 앞세운 거대 글로벌 기업들도 점점 세를 넓혀나갈 전망이어서, 로봇 국산화는 앞으로 더욱 시급한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 회사가 될 것’(Tesla as the World’s Biggest Robot Company)이라고 선언한 테슬라는 지난달 개최한 ‘AI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을 선보이며 “향후 수백만대를 생산해 2만달러(약 2686만원) 이하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