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기조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수도권 위주 장기침체 가능성은 금융위기 때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내년 초까지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지만, 추후에는 금리 여건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지윤 한국개발연구원(KDI) 부동산연구팀장은 27일 발표한 ‘KDI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주택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하방 압력이 지속되면서 주택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현재와 금융위기 시의 부동산 가격 하락 요인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오 팀장은 “금융위기 시의 주택가격 하락은 소득충격, 공급 확대로 촉발됐고, 전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전세와 매매 비율이 낮았던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장기화했다”라면서 “반면, 올해 주택가격 하락은 금리인상이 주된 촉발요인이며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는 있으나 아직 실질소득 여건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저금리, 재정 확대 등으로 물가가 상승하면서 지난해 월 0.5%였던 기준금리는 이달 3.0%로 2.5%p(포인트) 상승했다. 금융 위기 시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비수도권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올해는 전국적으로 금리인상 영향을 받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했다.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며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서비스 소비 등이 지속되면서 올해 상반기 실질 가계 최종 소비는 전년 동기대비 4.1% 올랐다. 특히 주거 서비스 가격인 월세 지수는 전세 및 매매 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아직 공급 대비 수요가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최근 주택시장은 금융위기 때보다 신규 수요 창출 여력이 감소하고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에 더 노출됐다고 봤다. 지난해 가계소득 대비 가계 부채는 207%로, 2008년 138%였던 수준을 크게 상회해 금리 상승에 따른 부채 부담이 증가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대비 부채부담이 높아지며 금리변동 위험 정도도 더 커졌다.
금융위기 때는 평년 대비 수도권의 신규 공급이 증가해 집값 하락을 부추겼지만,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비수도권의 입주 물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 팀장은 “비수도권의 하방 압력이 상대적으로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또한 올해 1~8월 누적 주택착공이 전년 동기대비 수도권 -23.8%, 비수도권 -26.0%로 감소해 2024년 이후 준공물량은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팀장은 “현재 거시경제는 소득 측면에서 금융위기 시기보다 양호한 편이지만, 경기 및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가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 금리변동에 대한 위험에 더 노출돼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주택시장의 전세·매매가격 비율이 금융위기 전후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에 매매가격에 반영된 가격 상승 기대감은 금융위기 직전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전세·매매가격 비율이 낮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기대감이 꺾이며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했지만, 2020년 이후 주택시장은 매매·전셋값이 전국적으로 동조화돼 상승 및 하락 정도가 유사한 편이라고 봤다.
오 팀장은 “향후 주택가격은 내년 상반기 중 하방 압력이 우세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물가, 소득, 금리 영향으로 주택시장 변동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