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우관에서 만난 최상엽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경제 문제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교인 연세대 교수로 부임하기 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3년간 미국 워싱턴 소재 IMF 조사국과 통계국, 중동·중앙아시아국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다. 최 교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제학자로서 압축적으로 많은 경험을 한 값진 시간이었다”고 했다.
최 교수는 IMF 근무의 최대 강점으로 다양성을 꼽았다. 그는 “함께 입사한 동기 19명의 국적이 18개로 다 달랐는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일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며 “IMF 동료들과는 지금까지도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1월 해외 학술지에 실린 ‘인플레이션 안착과 성장(Inflation anchoring and growth)’ 논문도 심명규 연대 경제학부 교수와 IMF 이코노미스트 2명과 공저했다.
IMF 본사 위치가 세계은행,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는 점도 현실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당시 자연스럽게 연준이나 세계은행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밥도 먹고 교류하면서 학교에서 연구에만 몰입할 때는 알기 어려웠던 현실 경제 논의들을 접했다”며 “일상 생활과 밀접한 경제 이슈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된 계기”라고 했다.
최 교수가 IMF에 갓 입사해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던 시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었다. 최 교수는 “IMF의 경우 국장급으로 올라가면 업무량이 많고 능력도 굉장히 뛰어나야 한다”면서 이 총재가 IMF에서도 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최 교수는 주요 연구 분야인 국제금융, 거시경제, 금융시장 중에서도 불확실성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주력해왔다. 그는 IMF 이코노미스트에서 교수로 전직하게 된 데는 공교롭게도 ‘불확실성 해소’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결혼하고 IMF에서 일하면서 UCLA 경제학 박사 과정에서 느꼈던 불안감이나 불확실성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IMF에서 훌륭한 공저자들을 만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접하다 보니 연구가 재밌어졌고,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습니다. IMF에서는 학술적인 연구에만 전념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중앙은행도 일관된 정책을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금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강력한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경제 주체가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한 번이라도 잃어버리면 복구가 굉장히 어렵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안착(anchoring)이 망가지면 경제적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게 된다”고 했다.
현재 최 교수의 최대 관심사는 연세대가 대표 연구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작년 도입한 ‘연세 시그니처 연구클러스터 사업’이다. 최 교수는 해당 사업의 경제학 부문 연구로 선정된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연구’의 단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는 2025년까지 매년 약 9000만원을 연구팀에 지원할 예정이다.
“경제학자는 크게 이론적인 분석을 하는 사람과 실증적인 분석을 하는 사람으로 나뉘는데, 저는 그동안 후자였습니다. 이전까지는 새롭고 흥미로운 데이터가 나오면 그 데이터를 분석해 이론적인 예측이 맞는지 틀린지를 알아보는 식의 파생적인 연구를 많이 해왔어요. 이번 연구는 저와 동료 교수들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한 뒤 연구와 실험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해왔던 연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연구에 대해 설명하는 최 교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미시간대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를 이번 연구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연준을 포함해 다양한 경제지표를 발표하는 기관이 있지만, 소비자심리나 기대인플레이션 수치의 경우 미시간대에서 발표하는 지표가 공신력이 가장 높다.
그는 교수 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후학 양성을 꼽았다. 최 교수는 “다양한 사람들과 팀으로 연구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학생들과도 종종 연구를 같이 하는데, 그 학생들이 해외 명문대에서 경제학자의 길을 걷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