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내 탈원전을 외치며 재생에너지 정책에 집중했던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0년 예산 부족을 이유로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내야 하는 분담금을 3억원가량 미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 돈을 1년 뒤 납부했지만, 전년도 미납금을 메꾸느라 2021년에 내야 하는 또 다른 에너지 분담금을 완납하지 못했다. 정부가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2년 연속 지키지 못한 것이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은 부끄러운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4일 경남 합천댐 수상태양광 현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 예산 부족 이유로 2년 연속 에너지 분담금 미납

18일 정부에 따르면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前) 정부 시절이던 2020년 IRENA에 내야 하는 분담금 5억7000만원을 모두 내지 못하고 절반 수준인 3억원만 납부했다. 나머지 2억7000만원은 미납 상태로 뒀다가 1년 후 2021년 분담금과 함께 냈다.

정부는 IRENA를 비롯해 우리나라가 회원국으로 가입한 국제에너지기구(IEA)·국제에너지포럼(IEF)·아시아지질자원위원회(CCOP) 등의 에너지 국제기구에 매년 관련 규정에 따라 분담금을 지급한다. 2011년 설립된 IRENA는 154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담 국제기구다. 한국 정부는 연 1회 열리는 총회와 연 2회 개최되는 이사회·하부위원회 등에 참석한다.

IRENA 분담금 미납과 관련해 산업부는 “분담금 인상과 환율 변동에 따른 예산 부족으로 일부 미납이 발생한 것”이라며 “IRENA 측과 협의해 미납금을 다음 연도에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2021년 IRENA 분담금은 총 7억6300만원이었다. 이는 전년도 미납금 2억7000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문제는 문 정부가 작년 예산으로 재작년 IRENA 미납금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지난해 IEA에 내야 하는 분담금에서도 미납금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돌려막는 과정에서 2년 연속 구멍이 뚫린 것이다. 한국의 작년 IEA 분담금은 14억6000만원이고, 미납금은 300만원이다. 이 돈은 아직 납부가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내 미납금을 모두 낼 예정”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7월 17일 전북 부안군에 있는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그린 에너지 현장 - 바람이 분다' 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 선진국 대열 올랐다더니…에너지 외교 망신

정부가 매년 주요 에너지 국제기구에 내는 분담금은 액수 자체는 크지 않지만,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이라는 측면에서 성실한 납부가 요구된다. 국가 신뢰와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회원국으로서 분담금을 내는 행위 자체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비롯해 최근 급부상한 에너지 공급망 등 주요 에너지 관련 국제 논의에서 한국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더구나 한국은 개발도상국 시절을 거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국격을 고려하더라도 2년이나 연속해서 분담금 미납액이 발생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문 정부가 임기 내내 강조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미납금이 발생했다는 점도 언행 불일치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예산이 부족했다는 산업부 변명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우리나라 국가재정법과 예산총칙 등은 국제 부담금이 부족할 경우 타 비목으로부터 이·전용을 허용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제대로 신경을 썼다면 미납금 발생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다른 사업의 집행 잔액을 활용하는 길이 열려 있는 경우라면 예산 이·전용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