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일일 확진자수가 3만7360명(12일 0시 기준)으로 치솟으면서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과 수출 둔화 속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살아나던 내수 경기가 코로나 재유행으로 다시 주저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엔데믹’을 전제로 경제정책방향 등을 세웠던 정부의 정책 대응 공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윤석열 정부 경제팀으로서는 최근의 코로나 재확산을 블랙스완(예상하지 않았던 경기 하방 요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윤 대통령에 대한 기재부 업부보고에서 ‘코로나 대응’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코로나 확진자가 일 평균 10만명 이상으로 치솟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하반기 경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를 기준으로 코로나 확진자는 3만7360명이 늘었다. 일일 기준으로 지난 5월 11일(4만3908명)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지난 6일부터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 수는 1만9363명→1만8505명→1만9323명→2만286명→2만410명→1만2693명→3만7360명이다. 방역당국에선 지난주 초부터 1주일 단위로 확진자 수가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에 주목한다. 앞으로도 이 같은 확산세가 지속된다면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윤석열 정부로선 예상치 못한 코로나 재확산이란 변수를 하반기 경기 하방 요인으로 맞닥뜨리게 됐다. 그동안 새정부 경제팀은 ‘코로나 사태 종료’를 전제로 경제정책을 수립해 왔다. 전날 진행된 기재부 업무보고에서도 코로나 위기 관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당시 업무보고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현 경제상황에 대해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 해외발 요인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소비 중심의 경기 회복세를 유지 중이나,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대응 방향으로 ▲민생·물가 안정 ▲수출·투자활력 제고 ▲거시경제 리스크 요인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대응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에 대한 우려는 업무보고에 담기지 않았다. 16페이지 분량의 업무보고서에서 ‘코로나’라는 단어는 딱 한 번 등장한다. 그것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한시적으로 늘어난 소요를 절감하겠다는 ‘지출혁신’ 부분에서였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는 한국경제의 강력한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1.0% 감소하며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심이 줄고, 정부의 대응 역량이 커진 만큼 유행 초기 때 처럼 경기 충격이 나타나진 않겠지만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한 내수 경기가 꺾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 공급발 이슈로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소비 심리까지 침체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기재부도 코로나 재확산이 경제 리스크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 기재부 관계자는 업무보고에서 ‘코로나’ 언급을 삼간 것도 소비 심리 위축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코로나 재확산’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위기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고, 소비 심리 및 내수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경기 하방요인이 되지 않도록 방역 대응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환율 영향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그나마 내수 소비가 회복되며 마이너스 성장률을 면하고 있는데 코로나 재확산의 영향으로 경기 침체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보다 해외 교류 단절에 따른 부작용이 더 우려된다”면서 “코로나 회복 국면에서 다시 회귀할 수 있는 상황인데, 확산세가 퍼지지 않도록 새 정부의 방역 대응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