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 관련 행사에서 구직자가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공정’을 새 경제정책의 핵심 가치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는 채용 시장 전반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고용 세습’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장기근속자나 정년 퇴직자의 자녀 등을 우선적으로 특별채용하는 행위를 불공정 채용으로 지목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행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채용법)의 내용을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고용 세습, 임직원 자녀 특혜 채용을 뿌리 뽑는 것을 골자로 한다. 친인척 간 고용 승계를 하거나 전현직 임직원 자녀를 특혜 채용한 사실이 적발되면 채용된 사람의 입사를 무효로 하는 내용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확정, 발표했다.

공정채용법 개정안은 단체협약상의 자녀 우선 채용 등 불공정 조항에 대한 시정도 병행한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공정채용법이 입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노사를 설득해 단체협약의 고용세습 조항을 수정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고용세습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방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선 국립대학교병원의 친인척 채용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2년간 전국 국립대병원 10곳의 합격자 중 재직자의 친인척이 50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2018년에는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세습이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러한 고용 세습 문제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청년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노력과 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사회”라며 “공정한 입시와 취업을 보장하고, 일하는 청년의 자산 형성을 지원해 끊어진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게 공정채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채용 최종 면접에서 탈락한 지원자에게 탈락 사유를 설명해주는 ‘최종면접자 탈락 사유 자율 피드백’이 공공·민간 부문에서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 제도는 구직자 입장에서 탈락 사유를 알게 됨으로써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게 되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점 등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기관도 지원자에게 명확한 탈락 사유를 설명해야 하는 만큼 평가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주 52시간 근무제도도 유연화를 목표로 손본다. 전 업종에 대해 주 52시간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면서 발생하는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근로시간 운용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및 연장근로시간 총량 관리 단위 확대 등 ‘주 52시간제’의 근간은 흔들지 않으면서 융통성을 발휘할 방안을 고려한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주 52시간 이상으로 근무한 시간을 적립해 근로자가 필요할 때 휴가로 사용하거나, 휴가를 먼저 사용하고 이후 근로로 보충하는 제도를 말한다.

연장근로시간 총량 관리 단위 확대는 현재 월 단위로 주당 근무시간을 책정해 초과한 시간만큼 대체 휴일을 부여하는 것을 분기나, 반기, 연간 수준으로 근무시간 측정 단위를 늘려 근로자의 근무와 휴가를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월 대한상의 초청 특별강연에서 “스타트업이나 작은 기업의 경우 일이 몰려 들어올 때와 다소 적을 때를 평균해서 인력을 대체하기 어렵다”며 “연평균으로는 같은 주당 시간을 유지해도 업무 종류, 근무 형태에 따라서 많이 유연화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주 52시간제 개편을 위해 실태조사와 현장 분석 및 전문가·노사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올 하반기까지 근로시간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국회에 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