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별종목 주식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주식보유자’에게만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방안을 시행한다. 동시에 도입이 임박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를 일단 2025년까지로 미루고, 주식을 팔 때 내는 증권거래세율은 내년부터 인하하는 등 각종 세 부담을 덜어주기로도 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인 8.6%까지 치솟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75bp(1bp=0.01%p) 인상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여파로 증시가 연일 주저 않는 상황에서, 고강도 증시 안정책을 꺼내든 것이다.

정부는 16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확정, 발표했다. 이 밖에 정부는 금융혁신의 일환으로 주식·금융투자상품 등 과세 제도 합리화, 금융과 비금융 융합을 위한 제도 개선, 가상자산 규율체계 마련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연합뉴스

우선 초고액 주식보유자를 제외하고 국내 상장주식 양도세를 폐지한다. 현행은 종목당 10억원 이상 혹은 종목당 일정 지분율 이상을 보유하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데, 부과 대상을 축소해 100억원 이상 보유자에게만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번 양도소득세 대상 축소로 세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현행 10억원 기준을 100억원 기준으로 올린다고 해서 과세 대상 커버리지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투세 과세 도입 시기도 2년 유예하기로 했다. 금투세란 금융투자 상품에서 실현된 모든 손익을 통산해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으면 20%(3억원 초과분은 25% 적용)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당초 2023년 시행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를 2025년으로 일단 유예해 그때의 시장 상황을 보고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거래세를 0.03%포인트(P) 깎는 방안도 추진된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 때 현재 거래액의 0.23%를 증권거래세로 내야 하는데, 손실이 발생했을 때도 예외는 없다. 현행 0.23%인 거래세 비율을 내년 0.20%로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의 예대금리차(예금·대출 금리 격차) 비교 공시도 기존 3개월마다 시행하던 것을 1개월로 주기를 줄이기로 했다. 이는 오는 3분기부터 추진된다. 기업이 기존 사업을 떼어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물적분할을 할 때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지적에 따라, 이들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가칭 ‘금융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과 비금융 간 융합을 위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금융 규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데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가상자산 규율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가칭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하고, 디지털자산 발행·상장 주요 행위 규제 등 소비자 보호와 거래 안정성을 제고하기로도 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야외 88잔디마당에 설치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영희 로봇. /뉴스1

정부는 금융과 함께 서비스 산업 혁신에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콘텐츠·관광·보건의료 등 유망 서비스 분야와 관련한 규제를 ‘경제 규제혁신 TF’를 통해 전수조사한 뒤 유연화에 나선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육성을 위해 의료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제도 기반을 손보는 식이다. 서비스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은 ‘서발법 2.0′이란 이름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해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세제·금융·재정·입지 등 지원 차별을 해소해,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에 더욱 힘을 실을 예정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신성장 서비스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기술 금융 표준 기술평가 모형 등에 서비스업 특화 모형을 도입해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창업 중소기업 부담금 면제 대상 확대, 업종 특례지구 지정 요건 완화 등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