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 기조에 관심이 쏠린다. 미·중 무역갈등,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계기로 각국의 자원 패권주의가 날로 격해지면서 자원 안보의 중요성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공기관의 해외 투자자산 매각을 국익 차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자산 처분에 주력해온 기존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 개정의 번거로움과 막대한 자원 공기업 부채 문제 등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 날로 격해지는 글로벌 자원 무기화
27일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우리나라의 월간 원자재 수입액은 317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원자재 수입액은 올해 1월에도 328억4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이어갔다. 196억1000만 달러를 기록한 작년 1월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원자재 수입액이 67.5% 불어났다.
2월 원자재 수입액은 가스 수입 감소의 영향으로 282억2000만 달러로 내려갔지만, 206억5000만 달러를 기록한 2021년 2월과 비교하면 76억 달러가량 급증했다. 정부 관계자는 “원자재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 리스크 추이에 따라 언제든 다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우리나라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보다 전 세계의 자원 패권화가 날로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우려한다. 일례로 아시아 최대 자원 부국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최근 전기차·이차전지 등에 반드시 필요한 보크사이트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그는 내년부터 구리 원광 수출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맞서기 위해 취한 행동도 미국·유럽 등에 원유를 공급하는 카스피 송유관을 차단한 것이다.
이는 주요 원·부자재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달 24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 사무실에서 진행된 산업통상자원부 업무 보고에서도 공급망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위는 산업부에 “원자재 가격 폭등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화하는 상황인 만큼 더 효과적인 공급망 관리 체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 해외자원개발 재가동 기조…걸림돌은 법·부채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차기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 정책 방향성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반 “이전 정권의 무리한 해외자원 개발이 대규모 손실을 일으켰다”며 관련 사업 백지화를 결정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소유한 26개 해외 자산을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11개 광산은 매각됐고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니켈·코발트)과 멕시코 볼레오 광산(동),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광산(구리) 등 15곳은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현 정부 태도가 바뀐 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하고, 각국이 자원 무기화 행보를 강화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2월 14일 직접 주재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매각을 결정했던 공공기관의 해외 투자자산도 공급망 측면에서 중요한 자산이라고 판단되면 매각의 적정성을 국익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산업부와 광해광업공단은 일단 기존 방침대로 해외 투자자산 매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광해광업공단법상 공단 업무 범위에 해외자원 개발 사업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법에 적힌 공단 존재의 이유는 해외자산관리위원회를 통해 보유 자산을 무조건 처분하는 것이다. 공단의 해외 자산 매각을 멈추려면 법 개정과 해외자산관리위원회 의결,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최종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정부로선 자원 공기업의 재무구조 문제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포인트다. 광해광업공단의 전신인 한국광물자원공사는 과거 해외자원 개발 부실 투자 논란에 휩싸이며 2016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부채 규모는 2020년 말 기준 6조7535억 원에 달했다. 통합된 이후 공단의 부채 규모도 작년 기준 7조 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