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국내 자영업자가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이 1인당 평균 3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일반 임금근로자의 약 4배 수준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대면 서비스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빚을 내 버티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충격으로 자영업자 소득은 감소한 가운데 전체 대출규모는 90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증가하면서 자영업자 채무상환 능력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미크론발(發) 코로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당분간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87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1년 전보다 14.2%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9.7%)을 크게 웃돌았다.
보고서는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 등 비자영업자보다 대출 규모가 크고 원리금 상환부담이 높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코로나 장기화 여파로 줄어든 소득이 회복되지 않아 대출 부실화 우려도 크다고 진단했다. 올해 9월말 기준 1인당 대출규모는 자영업자가 3억50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9000만원)의 약 4배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 충격이 집중된 대면 서비스업 대출이 크게 늘었다. 올 3분기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여가(20.1%), 도소매(12.7%), 숙박・음식(11.8%), 부동산(7%) 순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 소득은 코로나 이후 임금근로자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올해 9월말 기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해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숙박・음식업 등 충격이 컸던 일부 업종의 매출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월 숙박음식업 생산은 2019년 12월의 89.8%, 여가서비스업 생산은 72.8%에 그쳤다.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중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69.3%로 비자영업자(55.7%)보다 높았다. 이가운데 환금성이 낮은 주택외 부동산담보대출 비중(29%)이 비자영업자(11.7%)의 2.5배에 달하는 등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부동산가격 하락에 취약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또 자영업자의 부채구조는 일시상환대출 비중(45.6%)과 만기 1년 이내 대출 비중(69.8%·개인사업자대출 기준)이 높아 차환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했다.
내년 3월에는 자영업자에 대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지원조치 종료 시 기존에 유예된 원리금 상환액을 추가 부담하면서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1.3%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원조치가 지속되는 경우(39.1%)에 비해 2.2%p 상승할 것이란 추정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될 수 있어 관계당국·금융기관 등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