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시작된 금(金)파, 금(金)란 파동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올해 1~8월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인 2.0%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지난 6월말 발표한 물가상승률 전망치 1.8%는 지킬 수 없는 ‘공수표’가 될 전망이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와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에서 시작된 물가대란이 연쇄적으로 연쇄적으로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을 밀어올리면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연중 최고치인 2.6%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5개월 연속 2%대 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져 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를 넘기게 되면, 지난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최대 물가 대란이 일어나게 된다.
게다가 이달들어 가을장마로 폭우가 지속되는 등 날씨요인과 추석 명절요인이 농축수산물 가격 등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터라 물가가 더 치솟을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정부가 하반기 들어 물가가 안정화된다는 전망을 내놨지만, 이는 명백한 ‘오판(誤判)’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밑으로 떨어지기 위해서는 올해 남은 기간인 9월부터 12월까지 넉 달 연속 2% 미만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해야하는데, 기대인플레이션율의 지속적인 상승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원자재 값 오름세에 따른 공산품 등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 백신접종 확대 등에 따른 수요측 상승 압력 등도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9월부터 지급하는 10조원대 재난지원금도 물가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5개월 연속 2%대 넘긴 물가…안오르는게 없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6% 올라 다섯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4월 2.3% 오른 뒤 5월(2.6%), 6월(2.4%), 7월(2.6%)에 이어 5개월 연속 2%대 물가상승률이다. 5개월 연속 2%대가 지속된 건 2017년 1~5월 이후 처음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일 가격을 점검하고 있는 달걀값은 54.6% 올라 석달 연속 50%대 상승률을 보였다. 석유류, 가공식품, 개인서비스 가격 등 전반적인 오름세가 확대되며 전월과 같은 연중 최고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7.8% 올랐다. 달걀(54.6%), 수박(38.1%), 시금치(35.5%) 등이 많이 올랐다.
공업제품 물가는 3.2% 상승했다. 2012년 5월(3.5%)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석유류 가격이 오른데다 국제원자재, 곡물 가격 상승으로 원료비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집세, 공공·개인서비스 등 서비스 가격은 1.7%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0.7% 떨어졌으나 개인서비스가 2.7% 올랐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은 농축수산물 물가상승으로 재료비가 오르며 2.8%, 외식외는 2.7% 각각 상승했다.
◇연간 물가상승률 9년만에 2% 넘나
소비자물가가 5개월 연속 2%대 중반을 상회하면서 올 8월까지의 누계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0%를 기록했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0%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연간 물가상승률 2.0%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2.2%)이 마지막이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연간 물가상승률이 2.0%대 미만을 기록하려면 앞으로 4개월 간 월간 상승률이 2.0% 미만이어야 가능한데 현재 추세로는 쉽지 않다”면서 9년 만에 ‘2% 물가’를 기정사실화했다.
통상 인플레이션을 판단할 때는 1월부터 최근까지의 누적치를 전년과 비교하는 ‘누계비’를 근거로 삼는다. 연간 누계비가 물가안정목표인 2.0%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플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6일 ‘수정 경제전망(2021년 8월)’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 1.8%에서 2.1%로 0.3%포인트(P) 올려잡았다.
당초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지난해의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되면서 튀어오른 물가가 진정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 예상과는 달리 농축수산물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이같은 원재료 가격 상승이 외식이나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데다 국제유가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외려 하반기에 물가가 오름폭을 더 키웠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하면서 2%대 물가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절하’했던 정부의 물가 인식이 완벽한 오판으로 증명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9월들어 가을 장마가 길어지면서 농산물 작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농축수산물과 식료품 등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명절요인이 작용할 예정이라 소비자물가가 더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 심의관은 “가을장마 등 날씨요인과, 명절요인, 기대인플레이션율 지속 상승에 수요측 상승압력도 높아 상방요인이 많다”면서 “다만 전년도 저물가의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성수품 공급 확대 등 정책요인도 있어서 예상치 못할 정도로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