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15일 개최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0.5%에 동결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매파(긴축 선호)적 ‘소수의견’은 1명 이상 나올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7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최대 2~3명까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로 급증하면서 금통위원들의 금리인상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기는 어려운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금리인상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과 6월 두달간 수차례 금리인상 신호를 시장에 보냈기 때문에 적어도 1명은 소수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코로나 재확산에 소수의견 전망 2명→1명

조선비즈가 12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원이 7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한 전문가는 한명 뿐이었고 나머지 9명은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가운데 7명은 소수의견이 최대 1명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소수의견이 1명 이상 나올 수 없는 이유로 최근의 가파른 코로나 확산세를 꼽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온 상황인데,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을 내려면 코로나 확산보다 가계부채가 큰 문제라서 금리인상이 더 중요하다는 강한 논리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소수의견이 1명 이상 등장하기 쉽진 않을 것”이라며 “한은도 이런 상황에서 긍정적인 경기 평가를 내놓기 보다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전염병에 대한 통제를 언급한 만큼, 위원들이 소수의견을 낼 명분을 잃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1000명 이상 나오면서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훼손되는 분위기”라면서 “그간 한은이 강력한 금리인상 시그널(신호)를 줬기 때문에 불과 한 달 사이 시장에서 기준금리 50bp(1bp=0.01%) 인상을 반영했는데 코로나 재확산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했다.

기준금리 결정소수의견
강승원 NH투자증권동결1명
공동락 대신증권동결1명
김상훈 KB투자증권동결1명
문홍철 DB투자증권동결1명
박상현 하이투자증권동결1~2명
안예하 키움증권동결1명
안영진 SK증권동결1~2명
윤여삼 메리츠증권동결1명
이미선 하나금융투자동결1명
허재환 유진투자증권동결없음(10월에 소수의견)

◇ “소수의견 1명은 등장…이주열 총재 금리인상 시그널 무시 못할 것”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 가능성은 낮게 봤다. 그동안 한국은행이 하반기 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에 소수의견이 최소 1명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6월 창립기념사, 6월 물가안정목표 설명회 등을 통해 연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재차 드러냈다. 지난달에는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하겠다”고 발언해 금리인상 시점을 ‘연내’로 못 박았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4차 확산에 대응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성이 커졌지만, 금융안정에 무게중심을 옮긴 한국은행의 최근 행보를 감안하면 소수의견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리스크 우려를 표명하는 위원이 1명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수의견이 2명 이상 등장할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2명에 그쳤다. 이들 역시 이주열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데다 한은이 ‘금융안정’에 중점을 두고 금리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1~2명 정도 나오면 한은이 10월에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면서 “이달 말부터 백신 접종을 다시 시작하면 9월이면 코로나 확산세도 진정되고, 정부 추경(추가경정예산) 효과가 3분기에 나오면 10월에 금리인상 명분은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