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을 통해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의 서울 직결에 선을 그었다. 경제성과 사업비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김포도시철도 장기역에서 서울 지하철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까지 이어지는 걸로 발표된 현재 노선, 이른 바 ‘김부선’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김포 주민들은 GTX-D 노선이 발표된 지난달 이후 강한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발표된 GTX-D 노선은 2기 신도시에 대한 교통망 설계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당장 김포 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수도권 동·서를 가로지르는 교통 축이 필요한 상황에서 노 후보자가 지나치게 단정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과도하게 재정이 많이 투입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포 ‘교통 지옥’ 인정하면서도…'김부선' 고수

노 후보자가 4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 따르면, 그는 GTX-D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에 “경제성, 사업비 규모, 기타 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수도권 서부권 2·3기 신도시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도시·광역철도,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GTX-D 노선에 대한 의견은 고수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노 후보자는 경기도가 제안한 서울 직결 노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기도가 제안한 노선은 사당, 강남, 잠실, 삼성 등을 경유해 서울도시철도 2호선 노선과 유사한 구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포와 비슷한 인구수를 보이는 파주에 경의중앙선, GTX-A에 이어 금번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3호선 연장사업이 반영되는 동안 김포에는 서울로 직접 연결되는 철도망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도 그는 “경제성, 사업비 규모, 기타 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노 후보자는 김포 지역의 교통난에 대해 “수도권 서부권 2·3기 신도시 교통여건 개선을 위해 도시·광역철도, 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포골드라인 경전철 차량 추가편성 등의 대책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급행버스 및 버스 전용차로 도입 등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기 신도시 광역교통 개선대책을 언급하며, 개선 대책이 이행 완료된 신도시들 중 하나로 김포한강을 꼽았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전문가들 “GTX-D, 수도권 동·서축 역할 해야...서울 직결 필요”

교통 전문가들은 대체로 GTX-D가 현재 노선에서 점진적으로 확대돼 수도권의 동·서를 잇는 광역 교통망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견이었다. 경기 김포에서 부천을 넘어 서울을 지나, 하남까지 이어지는 수도권 광역 교통망이 있어야 서울 밀집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 정책을 이야기하며 서울의 밀도를 높이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다”라며 “서울 면적의 1.68배인 경기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2기 신도시처럼 서울에 가려면 2시간은 걸리는 주거 단지가 아니라, 집에서 서울에 있는 목적지까지 1시간 이내로 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시속 80~100㎞로 달릴 수 있는 GTX가 해답”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GTX-D의 목적은 동·서 관통이기 때문에 하남까지 향하려면 어찌됐든 서울을 지나야 할 것”이라며 “이번 발표로 정부가 1기 GTX인 GTX-A, B, C 이후 2기 GTX의 단초를 보여준 것이므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면은 분명 있다”고 말했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GTX-D를 바로 추진한다 하더라도 설계 기간에 2년, 착공 후 공사에 5년 해서 최소 7년은 걸릴 것”이라며 “게다가 완공되더라도 부천까지밖에 가지 않는 반쪽자리 노선으로 버티기에는 지금 당장 김포 골드라인의 출퇴근 혼잡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 해결방안으로 비교적 공사 기간이 짧은 BRT 도입을 검토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한국교통연구원이 주관한 ‘제2차 광역교통기본계획(기본계획) 및 제4차 광역교통시행계획(시행계획) 수립연구’ 공청회에서는 비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승영 서울대 교수는 “철도는 건설비보다 최대 1.5~2배 많은 운영비가 소요된다”며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재원 분담이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1930년대부터 ‘철도는 운영비가 감당이 안 된다’는 학자들의 지적이 있었던 만큼, 고 교수의 말은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철도를 개발할 때 해당 지역의 택지 개발에 따른 이익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하면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