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럽은 재무장의 시대를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 등 단기 긴급 상황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안보를 책임지기 위해 국방비를 확대해야 한다. 유럽 내에서 생산된 무기를 구매하는 회원국들에 최대 1500억유로(약 237조원)의 대출을 제공하겠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을 시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영업 실적 악화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자, 대형마트를 10년 넘게 옥죄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부실 경영도 문제지만, 대형마트를 시장의 지배적 강자로 보고 의무휴업 등을 강제한 이 시대착오적 규제 탓에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2010년 전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특히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 휴업일을 지정해야 한...
“한국에서 양자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은 100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지난주 연세대학교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연세퀀텀위크 2025′ 행사가 열렸다.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한 연세대는 세계적인 양자과학 연구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행사장에는 윤동섭 연대 총장과 허동수 연대 이사장이 얼굴을 보였고, IBM을 비롯해 국내외 양자과학기술 기업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떠들썩한 분위기에 금방이라도 한국이 양자과학기술 선도국에 오를 것 같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행사장에서 ...
“정부의 ‘인공지능(AI) 국가대표 선발’ 발표를 듣고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국가 AI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취재하자 복수의 IT업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이번 정부 정책이 국내 AI 산업의 핵심을 짚지 못했다고 말했다. 핵심은 AI 인력 부족이다. 이는 하루이틀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23년 고용노동부는 신기술 분야 인력 수급 전망을 발표했다. AI 분야의 경우 오는 2027년까지 6만6100명의 수요가 필요하지만, 1만2800명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초·중급 인력은...
지난 2022년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설계와 시공 전 과정에 걸친 총체적 부실로 인한 사고였다. 불과 1년 3개월 뒤에는 인천 검단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익숙한 공간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잇달아 사고가 발생하자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붕괴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부실시공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 3월에 발표된 이 방안에는 시설물 중대 손괴로 일반인 3명 또는 근로자 5명 이상이 사망할 경우에는 그 즉시 등록...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또 한번 보류했다.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가 마 후보자 임명 보류는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최 대행은 보류 입장을 내기 전 약 1시간 동안 국무위원들과 따로 만났다. 마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듣는 간담회였다. 이 자리에선 “헌재 결정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헌재 판결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만, 어겨도 처...
금융당국이 지난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이어 올 초 상장폐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부실기업의 실질적인 퇴출 효과를 높이고, 동시에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인 이른바 ‘좀비기업’ 퇴출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상장사들의 상장폐지 개선 기간도 이달부터 유가증권시장은 2년에서 1년으로, 코스닥시장은 최대 2년에서 1년 6개월로 단축됐다. 그간 한국 증시의 상승을 막았던 일부 문제 상장사들이 대거 정리될 수 있고, 부실기업을 효율적으로 상폐할 수 있다는 점에선 증...
한 소비자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마라탕에서 벌레 수십여 마리를 발견했다는 글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됐다. 해당 마라탕 업체는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서 각각 리뷰가 8000개에 육박한다. 주문량이 많을수록 평점도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업체는 배달의민족에선 별점 5점, 쿠팡이츠에서는 별점 4.9점을 기록했다. 해당 업체는 한 해충방제업체에 가입한 곳이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더욱 충격을 줬다. 이 사례 하나만 봐도 배달앱의 맹점이 몇 가지 드러난다. 우선 소비자가 배달앱을 통...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 곳곳의 집회 현장에서 ‘탄핵 반대’ 시민과 ‘탄핵 찬성’ 시민을 두루 만나게 된다. 두 계층은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는 그런 주장의 출처로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그것은 바로 ‘유튜브’다. 최근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60대 남성은 “중국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해 빨XX를 다 당선시켰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그런 생각을 어떻게 갖게 됐는지 물어봤다. 그는 “정부 기관 출신 유튜버가 다 말했다. 공부 좀 해라”고 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는 1심 유죄 판결이 이미 나왔다. 하지만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 판단까지 나오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위증 교사 사건의 경우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나머지 사건들에 대한 재판은 이보다 늦어지고 있다. 재판 지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는 ‘헌법 84조’를 언급하고 있다. 이 조항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연구개발(R&D) 인력 주 52시간 근로 예외’를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이 아직까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여·야·정(與野政) 국정협의체를 진행했지만, 반도체특별법 등 세부 안건을 두고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116분간의 회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특별법 논의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빈손 회담’으로 끝나고 말았다. 반도체 특별법에는 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을 두고 민주당이 안팎으로 시끌시끌하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유튜브 ‘새날’에 출연해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며 “우린(민주당은) 사실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 대표의 실용주의에 ‘우클릭’이라는 여권의 비판이 잇따랐는데, 아예 ‘보수’라는 단어까지 입에 올린 셈이다. 그러자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온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라고 비판했다...
얼마 전 성인 교육 플랫폼 데이원컴퍼니의 상장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기록하며 공모가가 예상 범위 하단보다 40% 낮게 결정됐지만, 그래도 비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리스트이자 데이원컴퍼니 의장인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공모가가 확정된 날 페이스북에 “이번 공모가 정도라면 그 누구라도 데이원 주식을 사시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정도로 소위 ‘시장 친화적인 가격’이 된 것 같다”고 적었다. 한때 주변에 공모주 투자를 적극 권했다. 들이는 품 대비 기댓값이 컸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못 짓겠습니다.” 미국 빅테크 C사 한국법인 관계자는 최근 한국 정부 관료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정부 규제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리는 IT 업계에서 이처럼 정부에 기업인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랬을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이 추론·학습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 중 70...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제작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모든 컷을 수작업으로 완성한다. 한 인공지능(AI) 업체 관계자가 AI가 괴물을 형상화한 영상물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을 구체화할 수 있다. 좀비 게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미야자키 감독은 “인간의 고통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린 것처럼 보인다. 정말 역겹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는 비단 80대 노장의 생각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40대 현지 만화 제작 및...
산업계가 인공지능(AI)을 통한 기술향상에 집중하는 가운데 건설업계도 설계·시공 등에 AI가 도입되는 등 활용 영역이 커지고 있다. 특히 딥시크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산업계 전반적으로 관심이 한번 더 집중되는 상황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2023년 건설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AI 관련 설문조사에서 건설 업무에 AI 기술을 활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49.5%, 없는 사람은 50.5%로 거의 동등한 비율이다. 이제 건설업계에서도 AI를 빼놓고는 산업을 논하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AI를 활용한 건설현장에 방문했을 때도 시간과 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소통이 쉽지 않습니다. 트럼프 2기 대응으로 기업들은 애가 타는데, 세종에 갇혀 있는 공정위 공무원들은 아마 그런 상황도 잘 모를 겁니다.” 최근 만난 기업 관계자들이 공정위를 두고 한 말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환율 변동성도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생존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규제 관련 정책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고 대응도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특히 공정위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었다. 숫자로도 확인된다. 공정위 직원들의 외부인...
“작년 11월에 이어 올해 2월에도 가격을 5% 정도 인상한다. 본사 가격 정책이 지난해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까르띠에 매장 직원) 새해 벽두부터 명품 대표 주자 에루샤(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는 가격을 올렸다. 고야드·구찌·프라다·디올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적게는 2.5%부터 많게는 10%까지 올랐다. 까르띠에·프레드도 이달부터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매장 앞에는 오픈런을 위한 대기 줄이 개장 3시간 전부터 생겼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가 침체한 상황에서도 국내 명품 시장은 성장세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골든아워(golden hour). 응급상황에서 생명을 구조하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으로 알려진 용어다. 최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흥행 중인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는 골든아워 준수 유무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사례들이 나온다. 머리에 구멍을 뚫는 응급수술을 해도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골든아워를 놓쳐 식물인간이 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같은 치료를 해도 ‘시간’이 확보됐느냐에 따라 환자의 상태는 180도 달라짐을 보여준다. 국회에 출입하며 ‘골든아워’가 중요하다고 가...
고령화 시대, 나이 듦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흐름이 거세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국내 안티에이징(항노화) 화장품 시장 규모가 지난해 4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저속노화(천천히 나이 듦)’라는 단어가 퍼지면서 건강기능식품부터 가전제품까지 아우르는 10조원대 시장이 주목받는다. 저속노화는 안티에이징이란 용어가 식상해질 무렵 등장한 대체어다. 정제 곡물이나 단순당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 충분한 수면과 운동처럼 천천히 나이 드는 생활 습관을 과학적 근거로 내세운다. 저속노화를 주장하는 학계 전문가들은 생물학적인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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