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일미푸드 대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2′가 비영어권 시리즈 주간 랭킹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시즌2에서는 코인 투자가, 트랜스젠더, 탈북자, 마약 중독자, 무속인 등 새로운 캐릭터가 눈길을 끌었고 특히 셀프 따귀의 명장면을 연출한 프론트 맨(이병헌 분)이 게임 참가자로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더욱 고조 시켰다. 기훈 (이정재 분)은 해맑게 웃기도 했던 시즌1과는 다르게 참가자를 구하려는 책임감으로 7편 내내 경직된 표정의 일관된 연기를 보여 주었다.

‘Green Light, Red Light’보다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Mugunghwa kkoci pieot seumnida)’처럼 한국식 발음이 익숙할 만큼 유명하다. 귀여운 얼굴을 한 머리 큰 반전 인형은 시즌2에도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기대를 모았던 게임에는 한국식 발음을 그대로 사용한 공기놀이(Gong-gi), 제기 차기(Jegi), 딱지치기(Ddakji )뿐만 아니라 비석치기(Flying Stone), 팽이 돌리기(Spinning Top)가 연출됐다. 사운드 트랙으로는 ‘둥글게 둥글게’, 신해철(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등 K 문화를 전하려는 감독의 노력에 뭉클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K 드라마나 영화는 곧바로 K 푸드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가 일본식인 ‘ram-don’으로 아쉽게 번역된 후 실제로 짜파구리 제품이 출시되어 짜파구리(Jjapaguri) 존재감을 역으로 알린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한국식 말장난, 속어, 표현들을 볼 때마다 영어 번역이 그 의미를 어떻게 전달했는지가 항상 궁금하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역대 순위 3위를 기록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번역은 감탄을 자아냈었다. 재미있는 말장난을 pun이라고 하는데 특히 음식과 관련된 pun이 많았다.

“바람이 귀엽게 부는 데서 사시네요. 분당?” “There must be some really great bread where you live. (사시는 곳 근처에 가장 맛있는 빵이 있을 거예요)”라고 번역된 문장을 잘 보면 ‘분당’의 ‘분’은 발음이 유사한 ‘번(bun: 모닝 번과 같은 빵)’을 사용한 pun이었다.

한국에서도 이미 알려진 썰렁한 말장난인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바나나?”는 “How do you feel about having banana cake for dessert? Will you find me a-peeling”? ‘껍질을 벗기다(peel)’를 이용해 appeal(어필하다)을 a-peeling으로 운율을 마친 기발한 아이디어 또한 빼 놓을 수 없었다. 그 외에도 “쫄면 먹고 졸지 마” “Eat your noodles, not your strudel. (누들을 드세요. 수트루델 말고요)”에서 strudel은 빵의 종류. “울면 먹고 울지 마”는 “Don’t doodle on your noodle. (국수 먹고 끼적거리지 마)” 등도 있었다.

“김밥과 참기름이 싸우다가 김밥이 경찰에 잡혀갔어.(”The thread and the needle were fighting and the police arrested the thread. Because the needle sewed(sued) the thread. (실과 바늘이 싸우다가 실이 경찰에 잡혀갔어.)”는 ‘sue(고소하다)’를 사용한 pun으로 영어에서는 ‘바늘이 실을 sewed(sued 고소해서)’ ‘the thread’에서 꿰맨다는 것(sew)과 고소하다(sue)를 사용한 pun까지 극한 직업인 번역가의 고충과 기발함을 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드라마로 기억된다.

워낙 한국식 말투, 단어, 속어들이 많은 오징어게임 대사의 번역 또한 극한 작업이다. 통성명을 하는 장면에서 이병헌이 “성기훈씨는 성도 성이시네요.(Your last name is also Seong.)”의 대사가 ‘갑분싸’를 조성하는 장면이 있다. “Mr. Gi-Hoon Seong, your Seong is quite Seong-ificant.(기훈 성, 당신의 ‘성’은 정말로 ‘성’-대하군요.)”와 같이 ‘significant’의 발음을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오징어 게임2에서 참가자들이 쿠킹호일에 쌓인 K 푸드로 김밥이 등장했다. 김밥은 이미 K 드라마의 열풍으로 뉴욕, 런던, 시드니 같은 대도시에 김밥집이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바닷풀 스넥(seaweed snacks)’으로 알려진 ‘김(Gim)’은 외국 마트에 가면 과자 섹션에 진열돼 스넥 자체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실 난로 위에 올려서 데워 먹었던 네모 도시락이 시즌2에서도 등장했고, 스푼과 포크를 합친 둥근 모양의 한국식 스포크(spork = spoon + fork)까지 그 때 그 시절의 아이템으로 사용됐다.

슬쩍 스쳐가는 장면을 통해 소주와 왕뚜껑도 볼 수 있었다. ‘오징어게임’ 뿐만 아니라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스’, ‘나의 아저씨’의 인기로 소주(soju)는 외국 식당에서도 쉽게 주문이 가능한 주류가 됐다. ‘건배’를 외쳐준 팝 가수 브루노 마스까지 가세한 한국의 음주 문화는 외국인들이 더욱 흥미로워 한다. 첫 잔은 원샷(bottoms-up), 비운 잔을 머리 위로 터는(turn the empty glass upside down over the head) 모습은 한국인과 술잔을 기울이는 외국인들이 쉽게 따라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명칭이 유래된 소보로 빵은 촉촉한 빵에 바삭한 크럼블(crumb)이 얹어진 한국을 대표하는 간식이다. ‘소보로(そぼろ)’는 ‘부스러기’를 뜻하기에 지어진 이름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 제빵 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소보로 빵이라는 이름도 함께 전해졌다.

‘오징어게임’ 시즌2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리지만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2주도 채 안된 현재 전 세계 시청자들이 공기놀이, 김밥 만들기,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관련 쇼츠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는 걸 보면 ‘오징어게임’을 통한 문화 전파는 이미 무한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