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자신들의 창의성, 재능 및 열정을 활용하여 온라인에서 콘텐츠, 상품 및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가 활성화되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관련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고도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창작자 경제)란 자신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수익을 만드는 전체 산업을 지칭한다. 크리에이터는 유튜버, 인플루언서는 물론 가수, 작가, 디자이너, 예술가 등 뭔가를 만들고 창작하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 1인 미디어 성장과 더불어 대중적 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성장하는 데는 유튜브의 영향이 컸다. 유튜버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되면서 그 영향력과 수익은 커졌고,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시장에 진입했다. 공급자가 많아지니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요자도 증가했고 시장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미국 소프트웨어사 어도비(Adobe)는 크리에이터를 ‘매달 글, 사진, 동영상 등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고 홍보하는 사람들’로 정의했다. 또한 대부분 취미나 부업으로 하고 있지만 10명 중 6명은 수입이 발생하며, 미래의 사회, 경제, 문화, 심지어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였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크리에이터 비즈니스가 지난해 2500억 달러에서 2027년에는 100%가까이 늘어난 48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크리에이터들이 영화,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산업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서 가까운 미래에 기존 시장 질서를 뒤흔드는 독보적 입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글로벌 마케팅 회사인 인플루언서 마케팅 허브(Influencer Marketing Hub)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에는 2억 명정도의 크리에이터가 있으며 이중 30%이상이 전업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쟁이 치열해진 플랫폼 업계에서는 양질의 콘텐츠와 크리에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생존을 위해 이용자를 플랫폼에 묶어 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거대 플랫폼들도 다양한 정책과 아이디어로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합류하고 있다.
메타는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크리에이터의 소득 증대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틱톡은 교육, 패션, 푸드, 운동 등 13개 카테고리 전문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성장을 돕기 위한 ‘틱톡 파트너 크리에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매월 주어지는 미션을 달성하는 크리에이터에게는 상금을 지급하며, 성장을 위한 집중 케어, 광고, 협찬 등 활동을 장려한다.
네이버는 ‘창작하며 돈을 버는 플랫폼(C2E)’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플랫폼 전반에 텍스트, 동영상, 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생산을 지원하고, 이를 위한 보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기업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 신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레거시 기업들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은 두 번의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초기 인터넷은 콘텐츠 제공자가 정보를 제공하면 이용자는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단계인 ‘웹 1.0′으로 뉴스나 논문 등을 검색하고 읽는 것 정도만 하는 공간이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라디오, 텔레비전, 신문, 잡지, CD, 카세트와 같은 주류 미디어 플랫폼에만 의존했었다. 그러다 아마존, 메타, 유튜브, 네이버 등과 같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웹2.0′으로 진화하였다. 개인들도 콘텐츠를 만들어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동시에 크리에이터의 수익원도 더욱 다각화되었다. 또한 주요 액세스 포인트가 휴대폰이기 때문에 매년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온라인에 접속하고 온라인에서 돈을 지출하기 때문에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점점 더 늘어나게 되었다. 누구나 카메라만 있으면 유튜버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을 거치며 플랫폼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인터넷이 플랫폼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면서 콘텐츠를 만들고 제공하는 사람들보다 콘텐츠를 관리하는 플랫폼이 대부분의 수익을 갖게 되는 모순과 개인정보 이슈가 대두되면서 콘텐츠의 주권을 제공자나 이용자에게 돌려주자는 ‘웹 3.0′이 시작되었다. 크리에이터들이 그동안 써 온 글, 사진, 영상 등이 플랫폼의 수익을 올려 주는 수단일 뿐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크리에이터가 주인공인 시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이 앞으로는 빠르게 크리에이터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지난 6월 LA에서 열렸던 크리에이터들의 세계 최대 축제인 ‘비드콘 2024′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크리에이터들이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으며, 특히 예년에 비해 어린이와 10대, 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참관객이 많았다. 체험 이벤트마다 긴 줄이 늘어섰으며 현장은 활기가 넘쳤다. 산업 컨퍼런스에 이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참석했다는 것은 크리에이터 경제의 전망이 아주 밝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요즘처럼 전 세계에서 한국 콘텐츠가 이렇게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위기의 우리경제에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K크리에이터에게는 절호의 찬스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