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삼성전자 빼서 비트코인에 넣어주세요.”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 녀석이 며칠 전 방과 후 전화를 걸어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주식 공부도 시킬 겸 아들이 그동안 모은 용돈을 삼성전자에 대신 투자해 줬는데,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자 그새를 못 참고 가상자산에 투자하겠단 것이다. 자기가 보기에 비트코인이 지금 바닥인데 두 배는 오를 것 같다며 비트코인에 ‘몰빵’하겠다고 했다. 실체 없는 거품으로 금세 꺼질 것 같던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수는 2000...
최근 강남권에 소재해 있는 초등학교 입학식에 다녀온 지인의 얘기다. “그거 아세요? 초등학교 입학식에선 명품 하나씩은 걸쳐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보니 아무도 입고 오지 않았어요. 샤넬 가방도, 명품 옷도 싹 사라졌어요. 이수지 열풍 때문인 것 같아요. 재밌지 않아요?” 대치맘 패러디 영상으로 강남권을 뒤집어 놓은 이수지 열풍이 아직 진행형이다. 일부 전문가는 군중 심리와 맞물린 ‘한국인만의’ 독특한 명품 소비 현상이 이수지씨 영상을 계기로 사라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학생이라면 꼭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어야 했던 것과...
지난달 27일 국회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 등 에너지 3법을 통과시켰다.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할 공간이 없어 원자력발전소를 멈춰야 할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 법안이 처음 발의된 것이 2016년 11월이니 8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사사건건 부딪치기만 하던 국회가 오랜만에 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기쁜 마음까지 들었다. 여당과 야당, 정부가 서로 조금씩 양보한 결과다. 그러나 국회에 다시 실망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야당은 이튿날 열기로 했던 국정협의회를 개최 직전에 취소했다. 최상목 대통...
지난달 공개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충분히 살 수 있는데도, 적시에 의사를 만나지 못한 환자가 결국 죽음을 맞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 외상외과 전문의 백강혁은 사명감 있는 소위 ‘돌아이’로 그려진다. 그는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의사로서 당연한 일을 하지만, 그마저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고군분투해야 한다. 원칙대로라면 환자는 골든아워 60분 안에 중증외상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곧 이어 수술방과 중환자실, 마취과, 혈액은행, 의료진 등이 신속히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
요즘 글로벌 테크 업계 뉴스메이커는 단연 ‘량원펑’과 ‘샘 올트먼’이다. 두 사람은 중국과 미국을 각각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천재 사업가’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을 이끌고 있다. 1985년생 동갑내기이면서 라이벌 기업가인 량원펑과 샘 올트먼의 과거와 현재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2022년 11월 샘 올트먼이 이끄는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면서 생성형 AI 전쟁의 포문을 열자 지구 반대편에 사는 중국인들은 좌절했다. AI라는 새 시대를 먼저 연 것이 미국 실리콘밸리이며, 그 중심에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을 출시한 이후 전 세계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중국은 한껏 들떠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현상을 두고 ‘국운론(國運論)’이라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중국 AI의 부상은 정해진 미래였고,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한 중국 테크업계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주도하던 AI 질서에도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허풍은 아닌 듯하다. 딥시크 외에도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중국이 AI 분야에서 질주할 수 있는 비...
올 들어 ‘하락무새’라 불리는 부동산 가격 하락론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하락무새’란 부동산 가격 하락을 앵무새처럼 끊임없이 주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들이 근거 없이 비관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국내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연말 비상계엄 사태 직후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소비가 위축됐고, 그 여파는 고용과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1.6%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호조를 보였던 수출도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으로 예...
2007년 중국 광저우 모터쇼에 참석한 자동차 전문가들은 한 중국 회사가 선보인 새로운 자동차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촌스러운 보라색 페인트는 칠이 고루 되지 않았고, 문짝도 꼭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제너럴 모터스(GM) 임원 출신인 자동차 산업 전문가 마이클 던의 말을 빌려 “이 자동차는 업계의 웃음거리가 됐다”면서,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단시간에 글로벌 경쟁자들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2024년, NYT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시각으로 이 자...
재계 서열 50위권의 한 대기업 사장은 이달 초 급하게 유럽행 비행기를 탔다. 이 회사는 프랑스, 일본 기업과 유럽 고객을 놓고 경쟁하는데, 유럽 고객이 한국의 정치 상황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해 발주 물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 유럽 고객은 1년에 두 번, 연초와 여름에 대규모 발주를 한다. 이번에 수주 물량이 줄면 한 해 영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공장 가동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급하게 출장을 잡았다. 리스크(위험 요인)를 줄여야 하는 유럽 고객의 입장도 이해는 하...
CJ ENM이 제작한 영화 하얼빈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천만 영화’ 서울의봄보다 개봉 2주 차 관객 수가 많다. 영화에는 안중근 의사의 장군 시절이 담겼다. 흥행 비결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측근들의 오판에 따른 시계 제로 탄핵 정국의 어지러운 상황도 있었을 것이다. 국가 리더가 사실상 부재한 탓이다. 곧 새해가 밝는다. 그러나 나라는 비상(非常)이다. 사회 분위기는 어둡다. 비상시국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새 리더십을 묻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도 답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은 정쟁과 반목만 거듭한다. 만나는 기업인들은 ...
며칠 전 난감한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회사가 주최하는 내년 1월 콘퍼런스에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었던 일본인 연사가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한국의 정치 상황으로 인해 이번 방문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을 위험하게 인지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해외 바이어 미팅이 잇따라 취소되는 등 글로벌 사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비상계엄의 불똥이 경제 전반으로 튀고 있는 것이다. 경제·외교 부처 수장은 이례적으로 한자리에서 외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간담회에서 “모든 역량을 결...
증권부를 맡고 있지만 대기업 재무팀이나 IR팀, 홍보팀도 자주 만난다. 사모펀드가 여러 영역에서 맹활약하면서, 자본시장 담당 기자가 커버해야 하는 영역도 넓어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들로부터 재미있는 평을 들었다. “증권부 기자가 반기업 정서가 더 강하다”는 얘기였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인데도, 증권 기자들이 유독 이런 선택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기사를 쓴다는 것이다. 일단 반박부터 했다. 주식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소액주주들이 억울한 사례가 하루에 하나는 꼭 나온다고. 툭하면 알짜 사업 부...
연 매출 1조원 규모 리사이클링(자원 재활용) 전문 기업 DS단석 주가는 상장 시점인 1년 전(40만원)보다 80% 가량 폭락했다. 현재 5만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60년이나 된 이 회사에 1년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거칠게 정리하자면, 오너 일가가 자신들의 경영 승계를 위해 사모펀드(PEF) 스톤브릿지를 끌어들인 게 이유다. 오너 일가와 PEF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얻었다. DS단석 오너는 2021년 ‘한구재(형)→한승욱(동생)’으로 이어지는 경영 승계 구도를 만들기 위해 스톤브릿지캐피탈을 재무적투자자(FI)로...
2024.12.02(월)
“관료주의가 혁신을 대체했고, 사내 정치가 팀워크를 대신했다. 우리는 낙오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서전 ‘히트 리프레시’에서 2014년 2월 취임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에 이어 MS의 세번째 CEO로 등판했던 나델라 앞에는 이권 다툼으로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던 MS 직원들이 있었다. 당시 MS는 노키아 인수 실패, PC 판매 감소, 검색 사업 부진 등 총체적 난국 속에서 사업적으로나 조직문화 측면에서 ‘새로고침(refresh...
올해 가을 들어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중국의 성장 둔화를 우려하며 경기 부양책의 필요성을 수없이 지적해도 꿈쩍도 않던 중국 정부였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짧으면 일주일, 길면 보름에 한 번꼴로 각종 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9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발표된 경기 부양책의 규모는 수천조원에 달한다.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조치들도 많다. 중국 저격수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주변국 관리...
미국 제45대 대통령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16년 11월 9일 밤 8시 22분(미 동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82%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은 클린턴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였다. 당시 대선 예측에서 뼈아픈 실수를 한 건 NYT만이 아니다. 미국의 주류 언론 상당수가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트럼프를 지지한 이른바 ‘샤이 트럼프(shy Trump)의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며칠 전 끝난 제47대 미 대선에서도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노래 ‘아파트’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중독적인 멜로디와 가사 때문에 한 번 들으면 고3 수험생조차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고 볼멘소리를 낼 정도다. 다만 ‘아파트’를 반복해 외치는 후렴구를 듣다 보면 아파트 공화국에 사는 사람들의 숨 막히는 현실이 겹쳐져, 어쩐지 처연한 외침처럼 들리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이 ‘아파트 게임’의 규칙을 생각해 보면, 국내 부동산 시장과 묘하게 닮은 부분이 있다. 아파트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참가자들이 한 손이나 양손을 겹쳐 놓고,...
연(납), 아연과 같은 비철금속(철 이외의 금속)을 생산·판매하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고려아연 지분을 최대 14.61% 추가로 취득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려고 했으나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로 유통 물량을 걷어가면서 지분을 5.34% 취득하는 데 그쳤다. 양측은 잠시 숨을 돌린 뒤 다시 경영권을 놓고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끝난 직후 “오늘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헌법재판관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지난 17일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9명 정원인 헌재가 6명 체제로 축소된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2012년에는 퇴임한 재판관 1명의 후임을 1년 넘게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가로 4명이 동시 퇴임하면서 헌재가 4명 체제가 된 적이 있다. 또 2018년에도 재판관 5명의 동시 퇴임으로 헌재가 4인 체제로 돌아갔다. 이렇게 6년마다 헌법재판관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모두 국회 추천 몫인 후임 재판관 3명이 여야 대립 속에 제때 선출되...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맛을 구별할 수 있는지 물으면 대부분 당연하다고 답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2004년 미국 베일러 의대의 리드 몬태규 교수는 신경과학 권위지인 ‘뉴런’에 브랜드가 뇌를 속였지, 혀로 구분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눈을 가린 채로 콜라를 맛보게 하면 예상과 달리 코크, 펩시를 선호하는 비율이 거의 반반이었다. 시장 점유율과 달리 동전을 던져 앞뒤가 나오는 비율과 비슷했다. 그런데 시음에 앞서 콜라 캔 사진을 아주 짧게 보여주면 코카콜라를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연구진은 실험 도중 피실험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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