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국 넥써쓰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넥써쓰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넥써쓰 제공

“세상에 재미없는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기술은 없습니다. 블록체인이 마법은 아닙니다. 게임이 재미있고 난 다음에 블록체인을 더하는 것입니다.”

위메이드에서 ‘위믹스’ 코인 사업을 이끌었던 장현국 넥써쓰 대표는 올해 초 액션스퀘어(현 넥써쓰)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넥써쓰 지분 9.64%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에 올랐고, 지난달 26일 넥써쓰 단독 대표에 올랐다.

1974년생인 장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석사를 받은 뒤,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위메이드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대표이사(CEO)를 역임했다. 그런 그가 넥써쓰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건 블록체인 게임 1위가 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당초 넥써쓰는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장르를 중심으로 수집형 RPG, 전략 다중접속역행수행게임(MMORPG), 슈팅 액션 게임을 개발·운영해왔다. 하지만 장 대표가 회사를 이끌면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크로쓰(CROSS) 프로젝트’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크로쓰는 게임사가 토큰을 발행하고 관리하도록 지원한다. 게임 내 아이템과 재화를 토큰화해 이용자가 소유하고 거래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 업계에서 유명 게임 플랫폼 ‘스팀’과 같은 역할을 맡는 셈이다. 장 대표는 그 과정에서 재화의 가치는 철저히 게임 내 수요와 공급에 맡기겠다고 했다.

넥써쓰는 지난달 스위스 추크(Zug)에 블록체인 게임 재단인 ‘오픈게임 파운데이션(OGF)’ 설립을 마무리하고, 지난 28일 54억원 규모의 포괄적 용역거래를 체결했다. 재단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넥써쓰는 실제 게임 개발과 서비스를 맡는다. 넥써쓰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 첫 번째 게임 ‘라그나로크: 몬스터 월드’는 다음 달 22일 출시될 예정이다. ‘라그나로크: 몬스터 월드’는 기존 부분유료화 모델에서 탈피해 월정액제 수익 구조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넥써쓰는 라그나로크 게임 출시에 맞춰 크로쓰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중심이 될 ‘크로쓰 엑스(CROSS X)’ 앱을 다음 달 1일 선보일 예정이다. 크로쓰 엑스는 단순한 디지털 자산 관리 기능을 넘어 향후 출시될 다양한 게임과 부가 서비스를 아우르는 원스톱 플랫폼이다.

장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넥써쓰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 크로쓰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지사는 이미 설립했으며, 두바이에도 지사 설립을 진행 중이다.

그는 국내에서 블록체인 게임을 기반으로 한 금전 거래가 금지돼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장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이 금지된 국가는 한국뿐이다. 추후 국내 정치권에서도 긍정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장 대표와의 일문일답.

-직접 창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29년 정도 게임업계에서 일했다. 전 직장인 위메이드에서 비자발적 퇴사를 한 이후 고민이 컸다. 직장인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내가 잘하는 게 뭘까’ 생각해 봤는데, 블록체인 게임에서 가장 큰 성과를 냈던 것 같다. 위메이드 퇴사 이후 전 세계적인 블록체인 게임 산업에 큰 발전이 없었다. 올해는 넥써쓰를 필두로 블록체인 게임 발전의 원년을 만들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이란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금지돼 있으니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게임이라는 게 결국 시뮬레이션인데, 사실 가짜인 건 알고 플레이한다. 얼마나 몰입하느냐가 게임의 재미를 결정한다. 블록체인 게임은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몰입도가 올라간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이용자들이 시간과 돈을 들인다. 그런데 그 시간과 노력이 게임 내 자산으로 갇혀 있게 된다. 그 경계를 넘어서 게임 밖에서 실질적으로 경제적 의미가 있게 해주는 게 블록체인 기술이고, 그런 기술을 적용한 것이 블록체인 게임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잘 어울리는 게임이 있나.

“새로운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니, 게임 내에서 경제가 좀 더 복잡한 MMORPG에 어울린다. 1인칭 슈팅 액션 게임 장르에도 도입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캐주얼 게임에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밈 게임’이라고 불리는 아주 간단한 게임들에서 성과가 있었다. 예를 들면, 애니팡을 할 때 서로 ‘하트’가 모자라서 친구에게 하트를 달라고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나. 그런 요소를 게임 토큰으로 살리면 훨씬 몰입감이 높아질 것이다. 게임 고수들은 그 하트를 친구들에게 나눠주거나 낮은 가격에 팔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올해 넥써쓰는 ‘드래곤 플라이트’ 지식재산권(IP)으로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해볼려고 한다.”(드래곤 플라이트는 라인게임즈에서 2012년 선보인 모바일 슈팅 게임으로 캐릭터를 좌우로 이동하며 몬스터와 장애물을 파괴한다)

-‘크로쓰 플랫폼’ 내 게임 간 토큰을 교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텐데.

“게임사가 허락해 준다면,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가 정해질 것이다. 인위적으로 a 게임에 있는 토큰과 b 게임의 토큰을 ‘1 대 1′ 이렇게 규정하지 않는다. 토큰 교환이 가능해지면 두 개의 게임이 원래는 서로 연관이 없는 게임인데 서로 연결될 수도 있다. 예컨대 어머니가 하는 퍼즐게임 속 재화와 아들이 하는 MMORPG 속 재화를 교환할 수 있다. 게임 개발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가능한 미래라고 생각한다.

-아직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 같다.

“7년 간 블록체인 게임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새로운 것을 싫어한다.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2가지 게임을 성공시켰다(장 대표는 위메이드 재직 당시 ‘나이트 크로우’와 ‘미르’ 시리즈 사업을 이끌었다). 중국 캐주얼 게임도 들여다보고 있고, 일본 게임 개발사도 만나고 있다.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에 도전하게 하려면 더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