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1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 리더십 디너 세션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전병수 기자

“중국 딥시크의 출현이 인공지능(AI) 보급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는 결국 반도체 산업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해 반도체 수요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1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 리더십 디너 세션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곽 사장은 반도체산업협회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해 환영사를 진행했다.

곽 사장은 중국 딥시크가 공개한 AI 모델로 인해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딥시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10분의 1의 비용으로 유사한 수준의 AI 모델을 공개하면서 엔비디아 등이 제조하는 AI 가속기 수요가 줄 것이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AI 가속기 기업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만큼 이와 맞물려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곽 사장은 “(HBM)과 같은 특정한 제품 수요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지만 (딥시크의 등장이) AI가 본격적으로 이렇게 산업에 스며들고 퍼지는 계기가 될 거라고 본다”며 “장기적으로는 결국은 반도체 수요 자극해서 훨씬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도 차츰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사장은 “아마 올해 연말 정도쯤이면 좀 좋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반기에는 주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조 기업의 감산 영향으로 시장 수요와 공급 균형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곽 사장은 반도체산업협회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이와 관련한 소회를 전했다. 그는 “반도체가 이렇게 역사의 중심에 선 적이 없다”며 “유례없는 불황을 겪었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를 잘 활용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또,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협회장 임기를 마무리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업계를 돕겠다”고 했다.

곽 사장을 이어 차기 반도체산업협회장으로는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이 내정됐다. 반도체협회 회장은 1991년 김광호 초대 회장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최고위 경영진이 번갈아 맡아오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송 사장을 차기 협회장으로 추천했으며, 다음 달 초 열리는 협회 정기 총회에서 송 사장의 회장 선출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