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 도전하기 위해 기절할 때까지 한국 작품들을 읽었습니다. 일본에서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시장에 첫발을 디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에토 슌지 작가는 12일 오후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에 위치한 ‘주식회사 넘버나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에토 작가는 라인망가에서 연재 중인 ‘신혈의 구세주’와 ‘나만 최강 초월자’의 스토리보드를 담당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가 지분 투자한 ‘스튜디오 넘버나인’에서 제작을 맡았다.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인 ‘라인망가’를 운영한다.
2016년 일본에서 설립한 ‘주식회사 넘버나인’은 전자 만화 중개 서비스를 시작으로 최근 웹툰 제작 스튜디오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신혈의 구세주’ ‘나만 최강 초월자’는 지난해 ‘라인망가 2024 랭킹’ 상위 10위 안에 오르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은 현지 작가와 지식재산권(IP)을 발굴하면서 일본 시장 콘텐츠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회사 넘버나인’에 투자했다. 일본 현지 회사 지분을 확보한 첫 사례다.
고바야시 타쿠마 주식회사 넘버나인 대표는 “디지털 유통 서비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을 때, 다음 드라이브 걸기 위해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출판업에서는 일본 1위를 하기 어렵다.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웹툰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고바야시 대표는 일본에서의 웹툰 사업 전망이 밝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국내 웹툰 시장은 많이 ‘붐업’되었다고 생각한다. 해가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라인망가와 픽코마가 좋은 의미에서 경쟁을 하며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10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본다는 개념이 없었는데, 라인망가가 이런 문화를 잘 정착시켜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에토 작가의 ‘신혈의 구세주’는 지난해 1월에 월간 매출이 1억 엔(9억4697만원)을 돌파했다. 에토 작가는 출판 만화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웹툰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했다. 그는 “한국의 인기 웹툰 작품을 열심히 연구하면서 일본 독자들에게 한국 웹툰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우리 스스로도 독자로서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에토 작가는 특히 ‘나 혼자만 레벨업’을 최신 회차까지 밤 새면서 읽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야말로 새로운 콘텐츠의 패러다임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신혈의 구세주‘ ‘나만 최강 초월자’를 담당하는 엔도 히로요키 편집자 역시 한국 작품 200개 이상을 읽고, 매일 한국 뉴스를 봤다고 밝혔다. 엔도 편집자는 “(신혈의 구세주)가 최소 25회차에서 연재가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공개된 날 예상 매출보다 몇 배 이상이 나와 코바야시 대표가 호출해 지금 바로 50화, 100화 만들어도 된다고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고바야시 대표는 현재 출판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도 웹툰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인기 웹툰이 애니메이션화 등을 통해 전환점을 만들면 (작가들의 웹툰 도전)이 가속화될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3~5년 안에는 출판 만화에서 위상 있는 분이 웹툰에도 진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웹툰이 일본에서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