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로고./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공정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대만 경제일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TSMC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첨단 공정 가격을 최소 15%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5~10% 수준의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정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격 상승 폭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TSMC는 7㎚(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공정에 이 같은 가격 인상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에 10%,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전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결정했지만, 경쟁국인 중국은 물론 동맹국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TSMC도 이에 발맞춰 미국에서 처음으로 이사회를 열고, 추가 공장 설립도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TSMC의 가격 인상 정책은 결국 자신들의 최대 고객사인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일부 부담을 전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TSMC의 7나노 이하 공정의 핵심 고객사는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다. 첨단 공정 분야에서 TSMC가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고객사 입장에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가격 인상이 이뤄진다면,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만 경제일보는 “TSMC는 현재 시장에서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범용 제품의 경우 대체재가 많기 때문에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공급 기업이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TSMC의 첨단 공정은 대안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을 인상하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미국 기업들도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이 자명해 미국 정부도 다양한 관점에서 상황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TSMC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무역 상대국에 관세 부과 가능성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라며 “범용 메모리 제품의 경우 공급 과잉 상황이라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지만, 첨단 메모리 제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외에는 대체 가능한 기업이 없다. 마이크론의 생산 능력만으로는 수급에 한계가 있어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첨단 메모리 제품에 한해서는 가격을 올리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