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이 있었던 네이버웹툰 '고백 취소도 되나'(왼쪽)와 일본 만화 '네 곁의 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네이버웹툰에서 일주일 새 두 편의 작품이 잇따라 표절 의혹을 받은 가운데 인종 차별적인 표현이 쓰인 웹툰까지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건·사고는 오래 전부터 종종 있었지만 작품을 유통하는 플랫폼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네이버웹툰은 책임에서 한 발 물러서 있었다. 하지만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난 만큼 앞으로는 이에 걸맞는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됐던 신매 작가의 ‘고백 취소도 되나?’는 지난 16일부터 서비스가 중단됐다. 지난 15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고백 취소도 되나’의 대사, 컷 연출 등이 일본 난바 아츠코 작가의 ‘네 곁의 나’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고백 취소도 되나’는 작년부터 연재된 작품이고, ‘네 곁의 나’는 2009~2012년 일본에서 연재됐던 작품이다. 국내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바 있으며, 네이버 웹소설·전자책 플랫폼인 ‘네이버 시리즈’에서도 제공하고 있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글을 보면 ‘고백 취소도 되나’ 중 100컷에 가까운 장면이 ‘네 곁의 나’와 유사한데, 완전히 똑같은 대사까지 있다. 네이버웹툰은 “신매 작가와 해당 문제를 확인하고 있다”고 한 뒤 몇 시간 만에 공지사항을 통해 “’고백 취소도 되나?’는 작품 유사성 관련 제보가 인입되어 9월 16일 0시 서비스 중단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의혹이 불거진지 하루도 안돼 작품을 내리는 조치를 했지만 독자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고백 취소도 되나’는 이미 본편 연재가 끝났고 외전이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이제와서 연재를 중단하는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리보기를 유료 결제해 가며 본 독자들은 더 아쉬워하는 상황이다.

신매 작가는 표절 의혹 이후 사과문 하나 없이 개인 인스타그램 등 모든 소통 창구를 다 닫아버렸다. 이에 독자들은 신매 작가의 예전 작품인 ‘나의 첫번째 새벽’에 실망했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고 있다. ‘처음부터 쿠키(미리보기 등 유료 결제를 할 때 필요한 네이버웹툰 내 결제 수단)를 쓰면서 100화 가까이 봤는데 실망스럽다’ ‘표절한 작품의 작가도 모욕한 것이고 독자들도 배신한 것이다. 반성하고 사과해라’ 등의 내용이다.

그 사이에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참교육’에 인종 차별 표현이 담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프리카계 혼혈 남학생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한국인 학생들을 피해자로 그리면서 ‘깜둥이’ ‘원숭이’ 등 인종차별 표현과 비속어를 사용했다. 가해 학생은 못생긴 흑인 혼혈로, 지도 교사는 백인 혼혈의 잘생긴 남성으로 묘사한 점 등도 비판을 받았다. 해당 회차는 미리보기로 유료 공개된 화로, 현지화 작업을 거쳐 두 달 뒤 북미에서 서비스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정식 현지화 작업을 거치기 전 불법으로 유통된 번역본에서 인종 차별적인 내용과 흑인을 비하하는 영어 단어가 실리면서 인종 차별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작가 뿐 아니라 네이버웹툰의 책임도 무겁다는 지적이 나온다. 웹툰 공개 전 사전 검수시 이 같은 내용을 잡아내서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백 취소도 되나?’를 즐겨봤다는 한 독자는 “‘네 곁의 나’를 그린 난바 아츠코 작가는 순정만화 장르에서 잘 알려진 작가여서 네이버 시리즈에서도 ‘네 곁의 나’ 단행본까지 제공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웹툰 작가가 원작 상당 부분을 통째로 베낀 것을 거르지 못한 것은 네이버웹툰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달 초에는 노갓량·영오 작가의 웹툰 ‘여자를 사귀고 싶다’가 일본 만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와 비슷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작가가 다른 작품의 연출을 참고한 사실을 인정해 지난 7일부터 연재가 중단됐다. 이외에도 2007년 ‘세 개의 시간’, 2015년 ‘내 남자친구’, 2018년 ‘고교생활기록부’, 2019년 ‘대가리’, 2021년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등 표절 의혹으로 연재 중단된 굵직한 작품들이 여럿 있다. 작년에는 네이버웹툰 ‘이매망량’이 일본 만화 ‘체인소맨’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와 원고 수정 결정이 내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을 소재로 영화·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최근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는 만큼 표절 등을 근절할 자정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독자가 참여하는 모니터링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 표절을 걸러낼 기술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