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 예정인 시큐레터는 지난 14~16일 진행된 일반 공모청약에서 16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 1554대 1을 기록해 공모가를 희망밴드(9200~1만600원) 상단을 초과한 1만2000원으로 확정했다. 시큐레터 일반투자자 배정물량 33만3471주에 대해 5억6636만주의 청약이 접수됐고, 청약증거금은 3조3982억원이 모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시큐레터 등 사이버보안 업체들이 최근 기업공개(IPO) 흥행에 성공하면서 올해 상장이 예정된 동종업계 기업들도 도전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시큐레터 공모가 흥행한 것은 시가총액이 작아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쉽고, 비실행파일에 대한 보안이 전통적인 방식의 보안을 뛰어넘는 기술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큐레터는 안랩 개발자 출신인 임차성 대표가 지난 2015년 설립한 회사다. 업계에서 시큐레터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핵심기술인 ‘MARS(Malware Analysis Reengineering System) 플랫폼’의 정확성 때문이다. MARS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검증시험에서 악성코드 평균 진단속도 12초, 한국인터넷진흥원 성능평가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악성파일 탐지율을 기록했다. 워드, 엑셀, PDF, 한글파일 등 자체적으로 실행되지 않는 비실행파일을 통해 유입되는 보안 위협을 기존 솔루션으로는 탐지·제거하기가 어려운데, 비정형적인 패턴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큐레터 매출은 2020년 11억원, 2021년 19억원, 2022년 28억원으로 매해 늘고 있으나, 영업손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영업손실 17억원, 2021년 32억원, 2022년 55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인재 채용에 힘썼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상장 후에는 핵심 기술 및 신규 솔루션 연구개발, 개발·운영 시스템 고도화와 더불어 신규 시장 개척에 역량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시큐레터는 클라우드 기반의 구독형 서비스를 내세워 내년 중동과 아시아, 2026년 미국 진출이 목표다.
시큐레터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일반청약 흥행에 성공하면서 앞으로도 투심이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작년에는 SK쉴더스가 상장계획을 철회하면서 사이버보안 기업들의 상장 계획도 중단됐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올 상반기에 샌즈랩·모니터랩·시큐센이 계획대로 상장했으며, 시큐레터의 뒤를 이을 주자들도 대기 중이다.
한싹은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뒤 넉달 만인 지난 17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코스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한싹은 1992년 설립돼 올해 31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 망연계 솔루션 전문업체다. 망연계는 보안 수준이 서로 다른 망분리 환경에서 보안영역과 비보안영역 사이의 데이터 전송을 위한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패스워드 관리, 통합 보안관제 등도 주요 사업 영역에 속한다.
전국 주요 지자체와 공공기관 및 국방, 금융기관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1100개 이상의 사이트에 납품해 국내 업계 최다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다. 한싹은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기술특례 상장이 아닌 재무적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하는 실적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싹은 지난해 매출 219억원, 영업이익은 1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매출 성장세는 연 평균 25% 수준이다.
데이터베이스(DB) 보안 전문 업체 신시웨이도 코스닥 상장 초읽기에 들어갔다. 신시웨이는 DB 접근제어, DB 암호화 등 DB 보안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개인정보와 민감정보를 저장·활용하는 일반 기업, 금융사, 공공기관이 신시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신시웨이는 지난달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뒤 같은 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방식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합병 예정일은 10월 12일, 상장 날짜는 11월 3일이다. 신시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97억원, 영업이익은 21억원이다.
사물인터넷(IoT) 보안칩 전문업체 ICTK도 이르면 올 연말을 목표로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ICTK는 데이터 복제방지(PUF)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6년 세계 최초로 PUF 칩 대량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기기, CCTV 등에 PUF 칩을 심어 물리적으로 보안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램버스와 기술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장 계획을 미뤘던 업체들이 올해 도전하는 분위기”라며 “올 상반기에 각종 침해 사고들이 발생해 업계 주목도가 높은 데다, 중소 업체들이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잇따라 상장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