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메이스의 게임 '다크 앤 다커'./ 아이언메이스 제공

국내 게임 제작사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를 무단 유출해 게임 ‘다크 앤 다커’를 개발했다는 의혹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콘텐츠 사업인 게임업계는 지식재산권(IP) 도용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직이 잦고 기술 유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이는 업계의 문제로 꼽혔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 무단유출 공방의 향방이 향후 게임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 기술 유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일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 ‘프로젝트 P3′를 무단 반출해 게임 ‘다크 앤 다커’를 개발한 의혹을 받는 국내 게임 제작사 아이언메이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앞서 넥슨은 2021년 8월 아이언메이스 관계자 A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넥슨은 A씨가 넥슨 신규개발본부 재직 당시 담당하던 미출시 프로젝트 P3의 소스코드나 빌드 등 개발 리소스를 무단으로 외부에 반출했다는 이유로 그를 징계 해고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아이언메이스가 다크 앤 다커를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넥슨의 주장에 따르면 A씨 해고 후 현 아이언메이스 대표인 기획파트장 B씨 등 P3 인력 다수가 회사를 떠났으며, 당시 회사를 떠난 대부분의 직원들이 현재 아이언메이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넥슨은 다수 인력이 이탈하자 P3 개발 잠정 중단했고 아이언메이스는 2021년 10월 설립, 2022년 8월 다크 앤 다커 테스트 버전 스팀에 공개했다.

아이언메이스 역시 반격하고 나섰다. 9일 아이언메이스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대기업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라며 “다크 앤 다커는 시작부터 아이언메이스가 직접 개발한 게임이고 부적절한 영업 비밀을 사용한 바 없다”라고 주장했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시작 단계부터 개발 로그가 빠짐없이 기록돼있고, 날짜별 빌드 영상도 촘촘히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우리 주장을 입증하겠다”라며 넥슨을 향해 “상대는 당사에 협업을 제안하며 회유를 시도한 것은 물론, 여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압박하며 괴롭히고 있다”라고 하기도 했다.

넥슨 판교 사옥. /넥슨 제공

게임업계에선 기술 유출 분쟁이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이직이 잦은 가운데 다른 콘텐츠 산업 대비 특정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인원수도 많으며 특정 프로젝트가 출시에 실패해 와해됐을 때 공백기 없이 바로 이직하는 일 역시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형 게임사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스타 개발자 등이 기존 회사를 나와 자신의 사무실을 차리는 경우도 흔하다.

게임 개발 시 만들어진 결과물 역시 업무상 저작권 자체가 회사에 귀속되는 ‘업무상 저작물’이다. 게임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나 일러스트레이터 개인에게 권리가 있지 않다. 물론 업계는 모든 작업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게 하는 등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보안에 유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이 잦고 개인의 성과, 일명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업계 특성상 업무를 하며 만들어진 결과물을 자신의 것처럼 계속 활용해 쉽게 아웃풋을 다시 내고자 하는 유혹을 버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술 유출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이러한 도용 문제의 원인이 된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게임처럼 문화 콘텐츠는 창작의 의도나 방향성에 따라 각자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다른 영역처럼 명확하게 무엇이 도용이고 무엇이 아닌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라며 “게임은 다른 산업보다 경계가 모호한 회색지대로 아직 관련 선례가 많지 않은 만큼 논쟁의 여지가 많다”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넥슨 역시 자사 카트라이더가 일본의 마리오카트를 따라 했다는 평가를 받는 등 이러한 도용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역시 ‘아이러니’다”라며 “결국 그만큼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베꼈냐를 논하기가 어려운 업계고 ‘일부 유사성’만으로 기술 유출이나 표절을 논하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결국 이번 분쟁에서도 핵심은 게임 자체의 유사성보다는 실제 관련 기술을 유출해 이용하려는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단순한 유사성보다는 기존 인력이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기술을 빼돌려 새 회사에서 이를 활용하려고 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임상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게임 개발에서의 노하우, 생산물을 이직한 회사에서 이어서 하려고 했는지 여부, 기술을 빼가려는 고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된다”라며 “결국 이전 회사에서 관련 업무를 먼저 공동작업한 기록 등이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