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이 내년 77인치 크기 제품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TV 판매 세계 1위 삼성전자가 OLED TV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TV 수요 위축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고급화’를 시장 대응 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TV 최대 시장인 북미에선 77인치 OLED TV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TV용 OLED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가장 작은 42인치부터 97인치까지 촘촘한 제품 라인업을 공급 중에 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가 현행 55·65인치 외에 49·77인치 패널을 내년부터 고객사 등에 납품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일시 중단된 LG디스플레이와의 패널 공급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나온다.
19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유럽과 북미 등에서 판매 중인 퀀텀닷(QD)-OLED TV의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TV용 OLED 패널을 디스플레이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서만 공급받고 있는데, 유의미한 판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산량이 제한적인 탓이다. 삼성전자가 QD-OLED TV의 판매 드라이브를 걸고 싶어도 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패널 크기도 55인치와 65인치에 국한돼 있다. 42인치부터 97인치까지 패널을 만드는 LG디스플레이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 시장에서 동등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부터 77인치 패널을 공급한다. 77인치 패널은 현재 생산 중인 8.5세대(2200x2500㎜) 유리 원판에서 2장이 생산된다. 동시에 49인치 패널 2장을 추가로 만들 수 있다. 현재 QD-OLED 패널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85% 이상으로 오른 만큼 이전보다 더 많은 수량의 패널 공급도 가능해 보인다. 삼성전자가 QD-OLED TV 제품 라인업을 최소 두 개는 더 추가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OLED TV 판매의 두 축은 유럽과 북미다. 지난해 전체 OLED TV 판매 중 유럽 시장 비중은 44.5%로, 23.5%의 북미를 앞서고 있다. 그러나 두 지역은 선호하는 TV 크기에서 차이가 있다. 생활방식 등에 따라 유럽에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TV를, 북미 소비자는 65인치 이상의 큰 TV를 좋아한다.
북미 지역은 65인치를 넘어 77인치 OLED TV가 대세 흐름을 타고 있다. 절대적인 판매량은 65인치가 많지만, 77인치는 최근 높은 판매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50~59인치 OLED TV 판매(50만6900대)는 전년 대비 79.5%, 60~69인치 판매(58만6100대)는 52% 늘었다. 상당한 시장 성장률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70~79인치 OLED TV 판매(24만1500대)는 전년과 비교해 160% 수직 상승하면서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백선필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TV CX(고객경험) 담당 상무는 “여전히 65인치 OLED TV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지만, 올해를 놓고 보면 77인치 OLED TV 판매 성장률이 가장 높다”라며 “대세 크기가 77인치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77인치로 OLED TV 제품군을 확대하려면 삼성디스플레이에서만 패널을 공급 받아서는 수량이 부족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협상이 중단된 LG디스플레이와의 패널 공급 논의가 다시 한 번 현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부회장은 9월 초 독일 IFA 2022 현장에서 “QD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당연히 늘려야 하고, 소비자가 원하고 찾으면 라인업도 보강할 수 있다”라며 “(LG디스플레이와의 협상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 보고 있으니, 의사결정이 나면 알려드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로서도 삼성전자와의 협상은 실보다 득이 많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게가 장악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의존을 줄이기 위해 OLED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TV용 OLED 패널 수익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어서다. 세계 1위 삼성전자와의 협력은 패널 출하량은 물론, 수익성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OLED TV 시장을 선점한 LG전자도 최근 시장 정체를 우려하고 있다. 시장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지만, 수량으로 LG전자와 경쟁하면서 전체 파이를 키워갈 TV 제조사가 딱히 보이지 않는 것이다. LCD TV 시장에서 과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의의 경쟁으로 전체 시장 성장을 이끌었던 것처럼 OLED TV 시장도 그런 구도가 짜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하량 면에서는 이미 중국 TV 업계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LCD 중심의 중국 제조사를 기술적으로, 또 매출적으로 따돌리려면 OLED TV 시장에서 삼성과 LG가 적절히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그런 구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