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파(Zα)세대’가 가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α(알파)세대는 완전한 디지털 세대다. 이들은 기존 문법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소비행태와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어 Zα세대를 사로잡을 제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Zα세대의 마음을 빼앗을 여러 노력 중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고 있는 건 게임 분야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도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미국이나 영국, 한국 등 각국 기준에 따르면 Z세대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완전한 디지털 세상을 경험한 첫 세대다. 문화적으로 개방됐고,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일에 능숙하다. 또 관심사나 소비활동, 가치관 등을 공유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이 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소셜미디어(SNS)가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틱톡’이라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α세대는 Z세대보다 더 디지털화가 된 세대다. ‘선천적 디지털 세대’라고도 불린다. 스마트폰 대중화는 물론이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하는 유비쿼터스 사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최초의 세대다. 특히 2013년 이후 출생자는 성장이 시작되는 영유아 시기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다.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인공지능(AI)에 대한 이해도 높다. Z세대는 어린 시절 유튜브를 본 적이 없으나, α세대는 태어났을 때부터 유튜브를 경험했다는 차이가 있다. 그만큼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다는 뜻이다.
이들은 유년기부터 경험한 게임을 소통의 창구로 삼는다.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3인칭 슈팅게임 ‘포트나이트’는 게임보다 커뮤니티가 더 유명해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모장 스튜디오가 개발한 샌드박스(특별한 목표 없이 자유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게임 장르) 게임 ‘마인크래프트’ 또한 소통의 창구로 이용된다. 현재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게임 형식을 빌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전 세계 3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커졌다.
Zα세대는 다양한 게임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는 ‘트위치’ 등의 사용에도 거부감이 없다. 스트리밍 게임이나 콘솔, PC, 모바일 등 특정 기기를 가리지 않고 게임 콘텐츠를 소비한다.
미래 소비 세력인 이들이 떠오르면서 가전 회사들도 이들을 잡기 위한 새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3대 게임쇼인 독일 게임스컴에서 최초로 선보인 오디세이 아크도 Zα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가전 중 하나다.
오디세이 아크는 1000R(반지름이 1000㎜인 원이 굽은 정도) 곡률을 가진 55인치 스크린이다. 165㎐ 주사율(1초에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화면의 숫자)을 가지고, 그레이to그레이(10% 음영 회색에서 90% 음영 회색으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 주로 액정표시장치 모니터의 반응속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사용된다) 1㎳(밀리초·0.001초)의 응답속도를 지원한다. 오디세이 아크는 높낮이 조절과, 상하 각도 조절, 가로세로 전환이 가능한 최초의 게임 모니터다. 가로 화면을 볼 수 있고, 원할 경우 세로 화면으로도 전환이 가능하다. 동시에 여러 화면을 볼 수 있는 멀티뷰를 지원, 게임과 라이브 스트리밍 중계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특정 게임을 하면서 해당 게임에 관련된 유튜브나 트위치 중계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오디세이 아크는 삼성전자의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삼성 게이밍 허브’를 기본 채용하고 있다. 콘솔이나 PC 없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경우 엑스박스 게임패스와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를 서비스한다. 미니발광다이오드(LED)를 채용했고, AI 기반 신경망과 1만6384단계로 밝기와 명암비를 제어하는 ‘콘스라트스 캠핑’ 기술이 더해졌다. 60W 2.2.2채널의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며, 사운드 돔 테크라는 신기술이 쓰였다. 빛 반사를 최소화한 매트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점도 특징이다.
장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게이머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크로스 플랫폼’이 보편적 트렌드가 돼 가고 있는 만큼 어떤 상황에도 잘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라며 “사용자 요구가 가장 폭발적인 분야가 게임이기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제품을 선보이는 일에) 노력할 것이다”라고 했다.
LG전자는 화면을 구부렸다 펴는 벤더블 게이밍 TV ‘플렉스’를 최근 소개했다. 42인치 크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다. 화면을 콘텐츠에 맞게 구부렸다 펼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가 없어 이런 폼팩터(제품 구조)가 가능했다는 게 LG전자 설명이다. 플렉스라는 제품명에는 ‘유연한’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플렉서블(flexible)’과 ‘뽐내고 자랑하다’는 의미의 신조어 ‘플렉스(flex)’가 동시에 담겼다.
LG전자 플렉스는 최대 900R 곡률까지 20단계로 휜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영화나 동영상 감상 등 일반 콘텐츠를 볼 때는 평평한 화면으로, 몰입이 필요한 게임을 할 때는 화면을 휘게 하는 것이다. 화면의 변환은 버튼 하나로 간단하다. 오디세이 아크가 손으로 직접 가로와 세로 화면을 바꾸는 것과 차이가 있다.
플렉스는 화면을 위아래로 최대 15° 기울일 수 있는 틸트 기능과 최대 14㎝내에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다. 1인칭 슈팅게임(FPS), 역할수행게임(RPG) 등 게임 장르에 맞춰 모니터 설정을 미리 최적화한 프리셋을 지원한다. 내장 마이크 탑재로 함께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와 대화할 수 있으며, USB 스위칭 허브 기능으로 TV와 PC를 번갈아 사용할 수 있다.
0.1㎳ 응답속도, 그래픽 호환 기능, 돌비비전 게이밍, 4K 해상도, 주사율 120㎐ 등으로 완전 게임 전용 스크린은 아니지만, TV 시장과 게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게 LG전자 설명이다. 40W 전면지향 스피커를 넣고,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해 입체 음향 환경을 만드는 점도 특징이다. 5세대 인공지능 알파9 프로세서로 화질을 높이고, SRS(슈퍼안티리플렉션) 패널로 빛 반사를 줄인 부분도 눈에 띈다.
백선필 LG전자 TV CX(고객경험) 담당 상무는 “플렉스는 LG전자가 실제 게이머들과 함께 개발한 TV다”라며 “TV가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게임시장도 흡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