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매출 12조원을 넘어서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 매출 12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자회사로 편입한 솔리다임 실적을 더하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말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에 대한 1단계 인수 작업을 마친 후 미국 산호세에 설립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자회사다.
SK하이닉스는 27일 올해 1분기 매출 12조1557억원, 영업이익 2조859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 43%, 영업이익 116% 늘었다. 매출은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다.
업계는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메모리 가격은 예상보다 덜 하락했고, 오히려 솔리다임이 호조를 보이며 업계 예상을 웃도는 성적이ㅣ 나왔다. 서버와 그래픽, 모바일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판매 비중이 늘어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SK하이닉스는 호실적에 대해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2세대(1y)와 3세대(1z) D램, 128단 낸드플래시의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6% 늘어난 것도 첨단 공정 제품의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회복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른 메모리 출하량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D램 수요 성장률은 10% 후반대로 전망된다”라며 “SK하이닉스 출하량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라고 했다.
노 사장은 “올해 전체 낸드 수요 성장률은 30%로 예상하며, SK하이닉스의 출하 성장률은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다소 둔화되겠지만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기준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노 사장은 “차세대 제품인 10㎚급 5세대(1b) D램과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올해 장비 수급의 어려움으로 장비 조달 일정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10㎚급 4세대(1a) D램과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 확대 일정이 연초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D램 품질 저하 이슈에 대해 “지난 2020년 D램 공정상 일부 변화로 인한 문제로, 바뀐 환경에서 생산된 제품 가운데 품질 저하 현상이 지난해 중반부터 보고되기 시작했다”라며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SK하이닉스 사업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고객과 우리 투자자분께 죄송하다”라고 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회사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이후 재발 가능성을 충분히 최소화한 상황으로, 대부분 고객들이 제품 교환을 요구해 2년여 기간 동안 교환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비용은 3800억원 규모로, 보수적으로 인식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
업계 역시 올해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또한 큰 폭의 성장이 관측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SK하이닉스 평균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조3663억원, 3조7726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9.5%, 영업이익 40.1% 늘어난 것이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연 매출과 영업이익은 60조원,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연 매출은 59조5871억원, 영업이익은 19조8724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은 올해 2분기 고객사의 보유 재고가 감소해 가격이 1분기와 비슷하게 유지되겠지만, 출하량은 서버 수요 강세로 급격하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라며 “낸드는 성수기 효과로 출하량이 크게 증가하고 가격도 최근 업황 변동이 반영돼 높아질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