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LCD 패널 가격 하락세가 12월부터 잦아들더니, 3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글로벌 물류난이 해소되는 상황에서 TV 제조사들의 패널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3월 기준 TV용 32인치 LCD 평균 가격은 39달러(약 4만7405원)로 전달 대비 2.6% 올랐다. 43인치 LCD 가격도 69달러(약 8만3869원)로 같은 기간 1.5% 올랐다. 32인치와 43인치 패널 가격은 지난해 7월 각각 89달러(약 10만8179원), 139달러(약 16만8954원)로 고점을 찍은 후 6개월간 50% 넘게 급락했다. LCD 패널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하락세가 8개월 만에 끝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55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은 하락세가 잦아든 모습이다. 이달 기준 55인치와 65인치 가격은 각각 107달러(약 13만58원), 176달러(약 21만3928원)로 전달 대비 각각 1.8%, 1.6% 하락했다. 75인치도 같은 기간 272달러(약 32만9664원)를 기록, 1.3% 떨어졌다. 소형 LCD와 달리 가격이 하락했지만, 매달 5~7% 떨어졌던 지난해 말과 비교해 하락세는 잦아든 것이다.
옴디아는 LCD 가격이 다음 달부터 본격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6월까지 평균 10%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옴디아가 예상한 32인치, 43인치 LCD 패널 가격은 각각 43달러(약 5만2081원), 74달러(약 8만9644원)다. 3개월 만에 32인치와 43인치가 각각 10.3%, 7.4%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65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 가격은 다음 달부터 3~5% 오를 것으로 옴디아는 내다봤다.
LCD 패널 가격이 반등하는 이유는 LCD 패널 가격이 더는 떨어질 수 없는 저점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LCD 패널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에만 2배 가까이 올랐다. 그런데 최근 6개월 새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LCD 패널 원가 등을 고려할 때 업계는 LCD 패널 가격이 더는 떨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TV 제조사들이 LCD 패널 구입을 늘리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다. TV 제조사들은 올해 말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중국 십일절,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대비해 LCD 패널 구입을 늘리기 시작했다. 특히 글로벌 물류난이 불러온 높은 운송비와 항만 혼잡 문제가 지난달부터 점차 해소되면서 TV 제조사들은 LCD 패널 주문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2위 LCD 업체 중국 CSOT(차이나스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도시 봉쇄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CSOT는 전 세계 LCD 생산량의 15%를 견인하는 업체로 중국 선전에 LCD 공장은 운영 중이다. 이 공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생산이 멈춘 상태다.
업계는 LCD 패널 수요가 회복하는 상황에서 CSOT의 생산 차질이 더해지면서 LCD 패널 가격 상승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옴디아는 “BOE, AUO 등 중국 LCD 업체들의 생산라인 평균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있지만, LCD 패널 생산량은 전년 대비 최대 10% 이상 줄어들 수 있다”라며 “LCD 패널 가격 상승이 예상을 웃돌 수 있다”라고 했다.
LCD 패널 가격이 오를 경우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 오는 6월 LCD 완전 철수를 추진 중인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김찬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CD 가격은 지난해 바닥 수준을 기록하면서 앞으로 추가 하락이 제한적이다”라며 “중국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LCD 패널 가격이 반등하면서 부진했던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