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에 짓기로 한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후보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에 요구한 인센티브 안을 테일러 시의회가 오는 8일(현지시각) 회의에서 받아들일 경우 이르면 이번 주 투자 계획이 확정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추석 기간 미국 출장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구체적인 투자 내용은 추석 이후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일 전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를 파운드리 공장 유력 투자 후보지로 결정하고, 막바지 인센티브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지 매체인 테일러프레스는 최근 “오는 8일 윌리엄슨카운티와 테일러시, 삼성전자가 합동회의를 진행한다”라며 “이 자리에서 중대한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테일러시 독립교육지구(ISD) 이사회는 지난 6월 삼성전자가 제안한 10년간 3억1400만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승인한 바 있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의 미국 내 유일한 파운드리 생산 시설인 오스틴 공장과 자동차로 1시간 거리(60㎞)에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7년부터 20년 넘게 오스틴 공장을 운영하면서 협력 업체 등 다양한 인프라를 오스틴에 구축한 상태다.
테일러의 경우 기존 공장이 있는 오스틴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동시에 단전과 단수 등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텍사스주 폭설로 오스틴 공장 생산이 중단되면서 웨이퍼 7만1000장, 4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공장이 재가동하는 데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리면서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신규 공장의 경우 이런 리스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해도 공장 건설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 시작될 전망이다. 공장을 짓기 위한 부지 확보에만 최소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공장을 건설하는 데 통상 3년 정도가 걸리는 걸 고려할 때 반도체가 양산하는 시점은 2024년 하반기가 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추석 연휴 미국에 다녀온 후 구체적인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 계획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부회장이 투자 지역을 직접 둘러보고 지역 관계자를 만나 최종 협상 내용과 투자 계획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가석방 이후로 투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라며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만큼 이번 기회에 투자 논의를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투자 결정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회사 관계자는 “앞서 오스틴과 인센티브 협의를 진행한 것과 같이 테일러시와도 논의 중이다”라며 “여전히 여러 지역과 투자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건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