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 능력을 2배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내 설비를 늘리고, 인수합병(M&A)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각자 대표이사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13일 정부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발표한 ‘K-반도체 전략’과 관련해 이같이 전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의 개발과 양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모바일, 가전, 자동차 등 반도체 제품 공급 범위를 넓힐 수 있다”라고 했다.

SK하이닉스의 8인치 파운드리 투자 계획은 전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해 회사가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국내 팹리스를 지원,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할성화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앞서 지난달 21일 박 부회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도 “파운드리에 더 투자해야 한다”라며 “국내 팹리스들에게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이들 기업은 여러 기술개발을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말 가진 SK하이닉스 2021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노종원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8인치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2% 수준에 불과한 전형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중국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충북 청주사업장에 파운드리 설비 공간이 남아 있어 추가 투자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부문 인수 사례를 들며 M&A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상황이다. 박 부회장이 지난 2012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를 이끌었고, 2017년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지난해 인텔 낸드 부문 인수에 모두 관여한 인물이라는 점도 이같은 추측에 힘을 보탠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와 관련한 국내 증설, M&A 등을 언급하면서 그룹 내 ‘M&A 전문가’로 꼽히는 박 부회장이 조만간 M&A나 공격적인 지분 인수에 나서지 않겠나 하는 전망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