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 3사와 유일하게 남은 스마트폰 회사인 삼성전자(005930)가 오는 6월 말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 불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전시회인 ‘CES’, 독일에서 열리는 가전박람회 ‘IFA’와 함께 ‘3대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로, 매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최초로 취소됐다. 올해는 6월로 일정을 미뤄가면서까지 행사를 강행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속속 드러내고 있어 흥행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년 만에 열리는 ‘MWC 2021′은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장과 온라인으로 열린다.
11일 업계를 종합해보면, 삼성전자, KT(030200)는 MWC 오프라인 전시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통상적으로 LG전자(066570)와 공동 부스를 꾸려온 LG유플러스(032640)도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따라 오프라인 전시는 참석하지 않는다. SK텔레콤(017670) 역시 불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전시회는 직접 만져보는 경험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하고, 관련 업계가 모여 네트워킹하는 것이 중요한데,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오프라인 참가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통신업계는 참가와 별개로 전시 공간을 둘러보는 등의 참관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행사인 만큼 참관 방식도 오프라인이 아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모바일 경험의 발전을 위해 온라인으로는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MWC 주최 측인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 6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행사 주제가 ‘커넥티드 임팩트(Connected Impact)’이며,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 호프먼 GSMA 최고경영자(CEO)는 “대면으로 관계를 맺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으며, (스페인 전시회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집단적 열망이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글로벌 주요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 노키아를 비롯해 소니 모바일, 오라클 등이 전시회 참가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황이다. 직원들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LG전자를 시작으로 글로벌 IT 기업들이 같은 이유로 MWC 불참을 잇따라 선언하면서 GSMA 측은 공식적으로 행사를 취소한 바 있다. 1987년 행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만 올해 MWC는 취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요 외신은 보고 있다. MWC는 지난 2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아시아 지역 행사인 ‘MWC 상하이 2021′을 예정대로 개최한 바 있다.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는 1만7000여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정을 4개월가량 미룬 것 자체가 오프라인 행사 강행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난해 행사 개최 열흘 전 취소가 되면서 주최 측은 물론, 개최 도시인 바르셀로나가 큰 타격을 입었던 만큼 행사 규모를 줄이고 안전·위생에 신경 쓰는 등 만전을 기하는 조건으로 행사를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주도 행사인 지난 1월 CES에는 불참했던 중국 화웨이는 MWC 상하이 2021에 이어 이번 메인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