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가 승부수를 던졌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OTT에 밀려 수익성이 악화되자 건별 결제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다. 건별 결제 서비스가 확대되면 이용자는 구독료 없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 구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왓챠는 OTT업계에서 보기 어려웠던 성인영화 서비스도 시작했다.

왓챠의 건별 결제 비디오(TVOD) 서비스 전용관인 '왓챠개봉관'./왓챠 애플리케이션 캡처

28일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지난해 12월 시작한 건별 결제(TVOD) 전용관인 ‘왓챠개봉관’ 베타서비스를 강화했다. TVOD는 각 콘텐츠를 건별로 결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월정액 구독형 서비스(SVOD)와 다르다.

건별 결제 서비스는 넷플릭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주된 콘텐츠 서비스 방식이었다. 한동안 구독형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잠시 사라졌다가 최근 들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쿠팡플레이도 지난해 말 건별 결제 전용관을 열었고, 웨이브도 작품에 따라 건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OTT 업체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가 주목한 또 다른 점은 왓챠의 성인영화 서비스다. 왓챠는 왓챠개봉관 서비스를 강화하며 성인영화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AV(Adult Video·성인비디오)라고 불리는 일본 포르노 영화 등 230여편이 TVOD 방식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왓챠가 지난달 추가한 프로필 잠금과 프로필 별 연령 등급 설정 기능도 성인영화 서비스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왓챠가 이 같은 시도에 나서는 것은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 왓챠는 동영상 콘텐츠의 리뷰와 평점을 제공하는 왓챠피디아가 2016년부터 선보인 OTT 서비스로, 왓챠피디아의 데이터베이스와 특색 있는 콘텐츠를 내세우며 한때 ‘넷플릭스 대항마’로 꼽혔다.

그러나 국내외 대형 OTT 사이에서 콘텐츠 투자 경쟁에 밀리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2020년 155억원이던 왓챠의 영업손실은 2021년 248억원, 지난해 555억원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콘텐츠 투자도 어려워졌다. 이 회사의 외부감사기관은 왓챠에 대해 “계속기업(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이용자도 계속 이탈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왓챠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78만명으로, 토종 OTT 1위인 티빙(470만명) 대비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왓챠가 던진 승부수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오리지널 BL(Boy’s Love·남성간 동성애를 다룬 장르) 콘텐츠를 내놓는 등 왓챠의 다양성을 응원했던 여성 구독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왓챠의 성인영화 서비스 제공 소식이 알려진 직후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왓챠 해지’가 오르기도 했다.

한 20대 여성 왓챠 구독자는 “여성 영화, 비영어권 영화, 독립영화 등 다른 OTT에서 볼 수 없던 콘텐츠가 많아 구독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해지할 때가 됐다”면서 “넷플릭스 등에 밀려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이유는 알겠지만, 성인영화 서비스는 주 구독자들을 실망하게 했다”고 말했다.

왓챠는 다양한 시청 수요에 부응해 서비스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왓챠 관계자는 ”변화된 콘텐츠 소비 방식에 맞춰 TVOD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콘텐츠를 늘리다 보니 성인영화까지 확장된 것”이라며 “기존 왓챠의 OTT 서비스와 TVOD인 왓챠개봉관은 분명히 다른 서비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