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각)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행보다. 중국과 베트남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상호 간 주요 교역 대상이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중국국제항공인 에어차이나 전용기로 하노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시 주석은 1박 2일 동안 베트남에서 수십 건의 협력 협정을 맺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양국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공항에서 성명을 통해 이번 방문에서 베트남 지도자들과 양국 운명공동체 구축을 위한 새 청사진을 마련하고 공동 관심사인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깊은 의견을 나누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베트남 주석궁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주재로 열린 환영식에 참석했다.
시 주석과 럼 서기장과의 회담 후 양측은 공급망 강화·철도 협력 등 수십 건의 협력 협정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정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 중에는 상품 원산지 증명서 발급을 담당하는 베트남 상공회의소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간 협력 강화 업무협약(MOU)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측은 지난 2월 승인한 약 80억 달러(약 11조원) 규모 양국 간 철도 건설 사업의 속도도 높이기로 했다. 시 주석은 이날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도 만난다. 방문 기간 끄엉 주석, 찐 총리, 쩐 타인 만 국회의장 등 베트남 국가 서열 1∼4위 전원과 대면한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중 중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을 중국산 상품의 대미 우회 수출 경로로 보고 상호관세율을 46%로 책정했다. 이에 베트남은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베트남산으로 생산국 표시만 바꿔 미국으로 수출하는 불법 환적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관세를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통화에서 ‘미국과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베트남의 관세를 ‘0’으로 낮추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 주석은 그러나 이날 방문에 앞서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년전’(인민) 기고문에서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며 “다자간 무역 체제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을 유지하며,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베트남과 중국을 잇는 3개 철도 노선 구축 사업, 스마트 항만 건설 사업에서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럼 서기장도 중국 관영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중국 최고지도자 중 가장 많이 베트남을 찾은 시 주석이 ‘베트남의 진심 어린 동지이자 절친한 벗’이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베트남 방문에 이어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를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