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 정부들 사이에서 연방 기관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 정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일부 기관에게 임대료가 높은 워싱턴 D.C.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을 제출하라고 한 마감 기한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전역의 주 정부 관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기관과 사무소를 워싱턴 D.C. 지역 외부로 이전하려는 추진을 기회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 정부들이 연방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는 워싱턴 D.C.와 그 근처에 위치한 연방 기관들이 비용이 적게 드는 지역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계획을 오는 14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정부 효율부(DOGE) 차원에서 진행되는 연방 정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나온 명령이다.
가장 치열한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기관은 워싱턴D.C. 남서부에 본부를 둔 미 항공우주국(NASA)이다. 공화당 소속 오하이오 주지사 마이크 드와인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에게 NASA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로 이전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클리블랜드는 NASA의 주요 연구소 중 하나인 글렌 연구 센터가 위치한 곳이다.
드와인 주지사는 오하이오에 대해 “항공의 발상지이자 워싱턴 D.C.보다 NASA 운영에 훨씬 더 경제적인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또 두 명의 오하이오주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 오하이오 상원의원 출신인 JD 밴스 부통령, 그리고 NASA 수장으로 지명된 제러드 아이작만에게 관련 서한을 보냈다.
플로리다주도 NASA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플로리다의 공화당 상원의원 릭 스콧과 애슐리 무디는 NASA를 플로리다의 우주 산업 단지인 ‘스페이스 코스트(Space Coast)’로 이전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이 지역에는 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가 위치해 있다.
텍사스주 공화당 상원의원 존 코르닌과 테드 크루즈는 NASA 본부뿐만 아니라, 버지니아주 우드바르-헤이지 센터 박물관에 있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텍사스 휴스턴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NASA 외에도 법무부, 농무부, 주택도시개발부(DHUD) 등이 주요 이전 대상으로 꼽힌다. 이들 기관은 지난달 미 연방 부동산을 관리하는 총무청(GSA)이 공개한 매각 가능성이 있는 443개 부동산 목록에 포함된 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WP에 따르면 미 농무부는 워싱턴 D.C.에 있는 사무실을 해체하고 전국 각지로 직원들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직원들을 농부, 목장주, 산림업자, 소비자와 더 가까이 두고 싶다”고 말했다.
HUD는 스콧 터너 장관이 “우리 본부 건물은 워싱턴 D.C.에서 가장 추한 건물”이라며 이전 계획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HUD는 휴스턴, 미주리, 오하이오 등으로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오하이오주 경제개발공사 ‘잡스오하이오(JobsOhio)’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JP 노우시프는 “HUD나 농무부를 유치하고 싶다”면서 “NASA, 농무부, HUD 등 어떤 부서든 우리 지역에 잘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기관 이전 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에도 일부 연방 기관을 워싱턴 D.C. 외부로 이전하는 계획을 시도했지만, 미 국토관리국을 콜로라도로 이전한 후 87%의 이주 대상 직원들이 퇴직하거나 은퇴했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