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며 그 기간 내에 각국과 맞춤형 관세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무역팀은 90일 안에 90개의 협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행운을 빈다’고 말한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전했다.

미국과 연간 1조 달러 규모의 무역을 하는 유럽연합(EU)의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 무역담당 부위원장이 협상을 위해 14일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미국 재무부의 스콧 베선트 장관은 이 기간 중 아르헨티나에 머물 계획이다. 로이터는 이를 상징적인 장면으로 지목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여력이 부족함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협상 시간 자체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회장(前 USTR 부대표)은 “국가별 관세 협상을 체결하려면 진지한 준비와 포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90일 안에 수십 개국과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1기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일부 개정에도 8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뿐만 아니라 관세 협상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관세 발표 이후 불안정해진 금융시장, 커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을 동시에 진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이끌 핵심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현재 재무부는 국제문제 담당 국장직이 공석이며, 미국무역대표부(USTR) 역시 상원 인준이 필요한 고위 보직 일부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다. 외교 라인의 주요 인사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정책에 있어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협상 지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커틀러 부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 몇몇 주요 국가와의 협상만 우선 마무리하고 나머지 국가에 대해선 관세 유예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