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협상의 여지를 확보한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차관, 월리엄 킴밋 상무부 선임고문(국제무역 차관 내정자)과 면담을 갖고 미국의 수출통제 등 통상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 본부장은 9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번 유예 조치는 향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우리 업계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중국에 1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 것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의 대중 수출이나, 대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제품이 한국이나 제3국으로 흘러드는 풍선효과 등 간접적 피해 우려가 여전하다”고 지적하며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전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한국에 부과된 25% 상호관세와 철강·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에 대해 “특별한 대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날에는 윌리엄 키밋 상무부 국제무역 차관 내정자, 제프리 케슬러 산업안보국 차관과 만나 한국 기업에 대한 지원과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본부장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로 협상 모멘텀이 형성됐다”며 “향후 협상은 단판 승부가 아닌 지속적 대화와 설득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상호관세는 국가별로 차등 적용되며, 한국이 특히 높은 세율을 받은 만큼 우선순위를 두고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무역수지, 조선·에너지 협력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보복 조치 가능성에 대해 “동맹 관계, 대미 수출 의존도 등을 고려하면 아직은 보복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미국 측이 순수 통상 이슈를 넘어 경제안보 영역까지 협상 범위를 넓히겠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수출통제 및 투자심사 등 안보 관련 사안도 앞으로 논의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 본부장은 “다른 국가들의 협상 진전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국익 극대화를 위한 신중한 전략으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