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이틀 만에 수조 달러가 증발하자 월가 주요 투자자들과 금융기관들이 더 큰 시장 혼란에 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때로는 약을 먹어야 한다”면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미국 주식 시장 폭락 속도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빠르다고 보도했다. 당시 시장은 이틀간 약 10% 하락하며 비교적 짧은 기간 내 낙폭이 제한됐지만, 이번에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준하는 급락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미국 경제 전반에서 상호관세 여파가 감지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월가 헤지펀드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손실을 입었고, 오히려 “누가 덜 잃었는지”를 자랑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기업들은 대규모 합병이나 기업공개(IPO)를 보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주요 은행들도 고객들의 대규모 손실에 대비한 비상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일부 고객에게는 대출 유지를 위한 추가 자금도 요구되고 있다.
이번 시장 충격의 또 다른 특징은 정부의 개입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없다는 점이다. 백악관의 강경한 관세 정책이 글로벌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월가의 주요 인사들조차 더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중에는 트럼프를 지지했던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관세 여파가 실제로 얼마나 커질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대상국이 보복 관세를 시행할 경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이익이 최대 3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시장 혼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에서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무역에서 1조9000억달러의 손해를 계속 볼 수 없다. 그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때로는 무언가를 고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주식시장 폭락이 의도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며 “나는 중국, 유럽연합, 그리고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적자를 해결하고 싶다”고 답했다. 시장 폭락을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질문은 멍청하다. 나는 어떤 것도 하락하길 원치 않는다”고 일축했다.
미국 정부는 오는 9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부과도 연기 없이 예정대로 발효할 계획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6일 CBS 뉴스에 출연해 “9일 관세가 부과될 것이며 며칠, 몇 주 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우리를 약탈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면서 “미국은 연 1조2000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고 결국 우리는 미국을 소유하지 못할 것이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우리는 세계의 다른 나라에 의해 소유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비행기를 탈 수 없고, 우리나라의 반도체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위해 고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거듭 “관세는 부과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것은 농담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