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캐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장관(오른쪽). /AP=연합뉴스

미국에서 홍역 감염이 빠르게 확산하고, 백신을 맞지 않은 아동 사망 사례가 이어지자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존 입장을 바꿨다. 그는 처음으로 홍역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공식 인정했다.

6일(현지 시각)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미국 22개 주에서 총 607건의 홍역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이 중 93%인 567건은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사례로 분류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감염자 285명 중 198명(69%)이 집단 발병 사례였던 것과 비교해도 급증한 수치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은 이번 홍역 확산 이후 세 번째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망자는 백신을 맞지 않은 학령기 아동으로, 앞선 두 명과 마찬가지로 텍사스 서부 지역 거주자였다.

미 언론은 특히 집단 감염 환자의 97%가 백신 미접종자라는 점을 지적하며 백신의 부작용을 주장해온 케네디 장관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故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이자 케네디 가문의 일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과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된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초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홍역 유행의 원인은 영양실조”라며, 비타민 A 보충제를 활용한 대체 치료법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잘못된 메시지가 방역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역 첫 사망자가 발생한 텍사스 서부 어린이병원의 의사들에 따르면, 일부 어린이 환자들은 비타민 A 과잉 섭취로 간 손상이 확인됐다. 라라 존슨 병원장은 “홍역 치료 및 예방을 위해 비타민 A를 복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 FDA 백신국장이었던 피터 마크스 박사는 AP 인터뷰에서 “이건 전형적인 불필요한 죽음”이라며 “아이들은 반드시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이자 의사 출신인 빌 캐시디 연방 상원의원도 SNS(엑스)를 통해 “모두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 홍역에는 다른 치료법이 없다. 최고 보건 관료는 더 늦기 전에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공개 비판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케네디 장관은 같은 날 오후 엑스에 글을 올려 “오늘 텍사스 게인즈 카운티를 찾아 사망한 아동의 가족을 위로했다”며 “홍역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3월 초부터 CDC 대응팀을 텍사스 전역에 배치해 대응 역량을 강화했고, MMR 백신 및 의약품 공급에도 나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