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10% 관세가 지난 5일(현지시각) 발효했다.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높은 ‘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관세도 9일 시행되는 가운데, 미국 내 기업과 법률단체들이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행정부의 권한을 둘러싼 다른 법적 분쟁이 예고됐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첫 소송은 플로리다의 중소기업 심플리파이드(Simplified)가 제기했다. 중국산 소재로 문구류를 만드는 이 회사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관세가 자사 영업에 실질적 피해를 준다며 위헌 소송을 시작했다. 또 다른 공익단체인 리버티저스티스센터(Liberty Justice Center)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부과 권한이 과연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먼저 살펴보면, 미국 헌법은 관세를 포함한 세금 부과 및 외국과의 무역 규제는 의회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1930년대 이후 의회가 점진적으로 일부 권한을 행정부에 위임하면서 대통령의 권한도 확대되어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올리는 근거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들고 있다. 이 법은 ‘국가안보나 경제에 대한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이 있을 경우 대통령이 외국과의 경제 관계를 광범위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발 펜타닐 밀수, 불법 이민, 무역 불균형 등을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WSJ에 따르면 과거 대통령들은 외국인 테러리스트의 자산 동결 등 제재 조치에 이 법을 활용했다. 관세율 인상에 해당 법을 적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 “관세 정책 법적 근거 미흡… 행정부 단독 입법은 위헌”

쟁점은 법원이 관세 정책의 근거로 IEEPA를 인정할지 여부다. IEEPA는 관세를 명시적으로는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이에 심플리파이드 측은 이번 조치가 법률의 취지를 벗어난 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중요 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 에 따라 위헌 판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중요 질문 원칙은 미국 행정법 원칙으로, 경제적 또는 정치적으로 중대한 사안 관련 규제는 의회가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앞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탕감과 코로나19 백신 의무화 조치가 이 기준에 따라 폐기됐다.

행정부를 상대로 한 리버티저스티스센터의 소송을 준비 중인 일리야 소민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입법권은 헌법상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 대통령이 일방으로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5일(현지시각)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손을 떼라'는 의미의 '핸즈 오프(Hansd Off)'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시위자가 관세에 관한 팻말을 들고 있다. 팻말엔 "우리(미국)가 러시아를 놔두고 펭귄들에게 관세를 매겼다고?"라고 써 있다. /AFP연합뉴스

◇ 행정부, “대통령의 긴급성 판단, 사법부 간섭은 월권” 주장할 듯

반면 트럼프 행정부 측은 IEEPA가 관세 부과까지 포괄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사법부는 ‘관세 정책을 시행해야 할 만큼의 긴급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에 간섭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 또 대통령의 외교 정책 수행 권한의 일환으로 관세 정책을 정당화할 수 있다.

WSJ에 따르면 과거 리처드 닉슨 행정부도 1971년, 달러화 급등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악화를 이유로 1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있다. 당시 법원은 관세 인상의 근거로 IEEPA를 인정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하는 관세는 최대 50%가 넘는 등 세율이 훨씬 높고, 닉슨 행정부 때보다 지속 기간이 더 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

WSJ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법원은 사건을 신속하게 심리할 수 있어, 이 경우 수개월 내 대법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서 노아 펠드먼 하버드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보수 성향의 현 대법원이 쉽게 제동을 걸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