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 명문 컬럼비아대 수장이 또 교체됐다. 지난해 미국 대학가를 휩쓴 반(反)이스라엘 시위 대처와 관련해 총장이 사임하고 임시 총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약 4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 지급을 취소한 지 일주일 만인 28일(현지 시각) 밤, 카트리나 암스트롱 임시 총장이 사퇴했다. 이에 컬럼비아대는 이사회 공동 의장이었던 클레어 쉽먼이 총장 대행을 맡는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컬럼비아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그동안 불확실성에 놓여 있던 대학을 위해 임시 총장직을 맡아 공동체 이익을 위해 헌신해 온 카트리나 암스트롱이 임시 총장직을 내려놓게 됐다”고 발표했다. 암스트롱은 전임자였던 네마크 샤피크 전 총장이 학내 시위에 경찰을 불러 강력하게 대응한 것에 대한 논란에 책임을 지고 지난해 8월 사임한 뒤 임시 총장을 맡았다.

암스트롱 임시 총장의 사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이 반이스라엘 시위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연방 보조금 지급을 축소하면서 대학이 정부 입맛에 맞춰 협상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국의 대학에 지급되는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고, 실제로 컬럼비아대에는 4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 지급을 취소했다. 이는 컬럼비아대 운영 수입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컬럼비아대가 정부의 요구 사항에 동의해야 보조금 지급을 재개할지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암스트롱 임시 총장은 정부의 요구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체포권이 있는 특수 경찰을 캠퍼스 안에 고용하고, 중동 연구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부총장을 임명하기로 했다.

컬럼비아대 공과대 대학원생은 NYT에 “암스트롱 임시 총장의 사임과 보조금 관련 협상, 반이스라엘 시위를 주도한 학생이 체포되는 것 등은 컬럼비아대가 약속했던 신념과 가치를 고수하는 대신 미국 정부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