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밴스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병 야욕을 보이는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방문하자, 덴마크는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북극 안보와 관련해선 미국과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라르그 뢰케 라스무덴 덴마크 외무장관은 JD밴스 부통령이 그린란드를 방문한 이후인 29일(현지 시각)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JD밴스의 연설과 관련해 “많은 비판과 주장이 제기됐고, 우리는 비판에 열려 있다”면서도 “솔직히 말하면 말투가 달갑지는 않다. 이건 가까운 동맹을 향해 말하는 방식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덴마크와 미국을 가까운 동맹국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누크의 구시가지 풍경. / 로이터

JD밴스는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과 함께 28일 당일치기 일정으로 그린란드에 있는 미군 기지인 피투피크 우주기지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JD밴스는 덴마크가 그린란드 안보에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덴마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은 바뀌어야 한다”며 “그동안 바뀌지 않았기에 트럼프의 그린란드 정책이 지금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의 독립을 추구하면서 그린란드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중요한 입장을 취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나는 그들(그린란드인)이 미국과 협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들을 훨씬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라스무센 장관은 “밴스 부통령이 말했듯 미국이 그린란드 내 군사 주둔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존중하며,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라스무센 장관은 특히 1951년 미국과 체결한 ‘그린란드 방위 협정’을 언급했다. 미군은 1945년 이래로 그린란드에 주둔했고 17개 기지와 시설에 수천 명의 군인을 뒀다. 현재는 피투피크 우주기지 1곳만 남은 상태로 약 2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라스무센 장관은 1951년 협정은 “미국이 그린란드에서 군사 주둔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그것(군사 주둔 확대)이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논의해 보자”고 했다. 이어 “JD밴스 부통령이 덴마크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그는 며칠 전에는 미국도 과거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라스무센 장관은 “팩트는 우리(덴마크와 미국)가 모두 ‘평화 배당’을 누려왔다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 북극이 과거에도 미래에도 긴장이 낮은 지역이어야 한다는 가정하에 행동했지만, 그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하자 당시 덴마크 식민지였던 그린란드가 나치 독일의 군사기지로 활용될 것을 우려, 이듬해부터 본격 주둔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과 냉전 구도가 본격화하고 1949년 덴마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면서는 북극 지역의 군사적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이에 미국은 1951년 덴마크와 정식으로 ‘그린란드 방위 협정’을 체결하고 그린란드에서 군사 기지를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그린란드는 1953년을 기점으로 식민 통치 관계에서 벗어나 덴마크 본국 일부로 편입돼 나토 영토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