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까지만 해도 여행 수요 상승에 힘입어 호황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던 미국 항공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정부 지출 축소 기조로 분위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들어 항공업계 전망이 악화하면서 주요 기업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미국 S&P500 항공사 지수는 올해 약 15% 내리며 S&P500 전체 지수를 크게 밑돌았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주가는 각각 20% 이상 떨어졌고, 프론티어항공은 2% 하락했다.

지난 1월 유나이티드항공 비행기가 미국 뉴저지 뉴어크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소비자와 기업이 ‘선택적 지출’로 분류되는 여행부터 고삐를 조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닐먼 브리즈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에 “사람들에게 가장 우선순위는 식사와 주거이며, 항공여행은 그다음”이라며 “직장이 없다면 비행기 표는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여행 수요 위축은 여러 지표에서 드러난다.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3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와 기대지수가 각각 4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미국 여행사의 항공권 판매량은 1월에 전월 대비 39% 늘었으나 2월 들어 8% 하락했다. 미국 교통안전청이 집계한 승객 교통량 연간 증가율은 1월 5%에서 3월 0.7%로 둔화했다. 또 2월 항공사 관련 카드 지출은 전월 대비 7.2% 감소해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최근 잇따른 항공기 안전사고도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행기 안전성과 관련한 구글 검색량은 2월에 900% 급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출장 수요 역시 둔화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업 출장 수요가 많은 1~3월 동안 예약이 부진했다. 델타항공은 1월에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던 기업 예약 증가율이 최근 한 자릿수로 줄었다고 밝혔다. 기업 출장 전문 여행사 알투어의 게이브 리치 사장은 “재무·신재생에너지·제조업·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 출장 수요가 전년 대비 최대 10% 줄었다”며 “많은 정부 기관과 하청업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줄자 항공권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월 항공요금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항공사들은 아직 연간 실적 전망을 유지 중이나, 여름철 성수기 수요가 부진할 경우 실적 전망을 조정할 가능성도 나온다.

항공사들은 요금 하락을 방지하고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항공편 감축에 나섰다. 프론티어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제트블루항공, 얼리전트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이달 들어 4~6월분 공급량을 줄였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 CEO는 로이터통신에 “8월까지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업계 전반의 공급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