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25일부터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가자지구는 2007년부터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는 지역으로 그동안 하마스 반대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 시위의 경우 하마스가 진압을 시도하다 시위대에 쫓겨날 정도로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선 조직화 시도도 나오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17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하마스 지도부가 위축됐고, 황폐해진 삶에 지친 민심이 시위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위는 가자지구 안에서도 폭격 피해가 특히 심한 북부 베이트 라히야에서 시작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한 병원 앞에 약 3000명의 사람들은 거리를 행진하면서 “우리는 살고 싶다”, “하마스 퇴진”, “전쟁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25일 시위에 참석한 사람은 AP통신에 “반전 시위를 수십 명이 시작했으나, 하마스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면서 200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위가 이스라엘을 멈추지는 못하겠지만, 하마스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시위는 이스라엘군이 2개월 간의 휴전을 끝내고 최근 가자지구에 공격을 재개한 상황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번 시위는 2023년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하마스에 반대하는 최대 규모 시위다. 하마스가 그동안 반대파 목소리를 탄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위는 이례적이다. 거기다 하마스는 이번 시위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은 “하마스는 이전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으나, 이번에는 전면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재개한 이후로 하마스의 전투력이 낮아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바셈 나임 하마스 대변인도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팔레스타인인은 고통에 찬 소리를 지르고, 우리 국민에 대한 침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며 시위를 비난하진 않았다.
가자지구 주민들 사이에선 가자지구의 피폐한 삶의 원인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하마스에도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 출신의 팔레스타인인 벨랄 아부 자이드는 CNN에 “우리는 점령군(이스라엘)에 의해 억압받고 있으며 하마스에 의해 억압받고 있다”며 “하마스가 10월 7일 작전을 시작했고 우리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했다. 카말 아드완 병원 외과의 마흐무드 하지 아마드는 “우리의 마지막 메시지는 하마스에 대한 것”이라며 “이제 그만하라. 여러분은 충분히 오랫동안 통치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다른 사람들이 오게 하라”고.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하마스가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가자지구 전쟁은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하마스는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보복 공습을 가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그동안 가자지구에 약 5만 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