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외교가 주요국 정치 지형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관세 위협, 안보 지원 철회, 외교적 압박 속에서 각국 정상들은 ‘반(反) 트럼프’ 전선을 형성하며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각) 미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주요 우방국인 캐나다, 멕시코, 우크라이나, 프랑스, 영국 등 지도자의 지지율 추이를 분석한 보도에서 자국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자 여론 지지율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 “미국에 먹히지 않겠다” 캐나다 자유당, 선거 패배 위기서 구사일생
오는 4월 28일 총선에서 패배 위기에 몰렸던 캐나다 자유당은 관세 위협, ‘미국의 51번째 주’ 도발 등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정면 승부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자유당 소속의 마크 카니 총리는 최근 “미국이 우리를 소유할 수 있도록 우리를 부수고 싶어한다”며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월가 출신의 비선출 지도자인 카니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직업 정치인인 야당 대표 피에르 포일리에브르를 앞지르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4009명을 대상으로 한 앵거스 리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유당의 지지율은 42%로 보수당(37%)을 앞섰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로 응답자의 43%가 카니를, 34%가 푸일리에브르를 꼽았다.
◇ 절제·실용 노선 타는 멕시코, 셰인바움 대통령 지지율 85%까지 치솟아
실용 외교 노선을 택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지지율이 치솟고 있다. 좌파 성향의 셰인바움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과 관세 부과 등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는 신중하고 냉정한 접근으로 대응해 관세 부과를 유예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훌륭한 여성”이라고 치켜세웠으며, 엘 피난시에로 신문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의 지지율은 85%까지 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셰인바움 대통령의 외교력이 아닌 미국 기업들의 반대가 트럼프의 관세 철회를 유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그래도 우리 대통령” 우크라 젤렌스키, 백악관 충돌 이후 결집 효과 누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을 빚자 지지율이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67%까지 올랐다. 한 비영리단체는 “우리는 그를 미워할 수도 있고 그에게 가혹할 수도 있지만, 그는 우리의 대통령”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은 국가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져 결집 효과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광물 협정과 휴전 합의 등 앞으로의 협상 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 ‘인기 없는 대통령’ 프랑스 마크롱, 트럼프 대응 후 지지율 올라
자국 내에서 오랫동안 비판 여론이 이어졌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노련한 외교를 선보이며 정치적 반전을 꾀했다. FT는 “아첨 섞인 말을 건네면서도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대출로 지원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을 완곡히 반박했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2월에 3%포인트(p), 3월에 6%p 상승해 27%를 기록했다. 다만 전반적 인기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 관세 피한 영국 스타머, ‘밀당’ 외교로 반전 도모
지지율 하락세를 이어가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트럼프 대통령에 국왕 친서를 전달하고, 미국과 군사기지 공동 운영 합의를 이끌어내며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서 벗어났다. 이후 우크라이나 평화 협력체 회의를 런던에서 주재하면서 국제무대 중심에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스타머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두 자릿수로 상승했고, 우익 언론조차도 그의 성과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그의 지지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