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을 맺고, 덴마크령의 그린란드 매입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이는 희토류 확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희토류는 미국 내에도 매장량이 많지만, 정제 능력에 있어서는 중국이 부동의 1위 국가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방위적 외교·안보 전략을 동원해 희토류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그린란드와 러시아까지 거론하며 미국이 필요한 광물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대사들과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 중 가장 주요한 광물은 희토류다. 희토류는 첨단 기술, 국방,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전략 자원으로 전투기, 드론, 원자력 잠수함 등 미국 국방 산업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매장량이 적지는 않지만 추출과 정제가 어려워 ‘희토류(稀土類·Rare Earth Elements)’라는 이름이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희토류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그것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며 광물 협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협정은 미국이 그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 등에 대한 지분을 가지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희토류 시장은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원광 생산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 내 비공식(불법) 생산까지 포함하면 이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중국에 이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12%가량을 채굴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를 실질적인 전략 물자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현재 희토류 원광을 분리·정제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 프랑스, 인도, 베트남 등 소수에 그친다. 특히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정제의 약 85%를 맡고 있다. 희토류 채굴과 정제가 일부 국가에 국한된 것은 경제성이 떨어지고 환경 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도 자국에서 채굴한 희토류의 3분의 2가량을 중국으로 보내 가공 후 다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WSJ는 전했다.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 /로이터연합뉴스

이 같은 의존도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미·중 무역전쟁 당시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당시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했고, 미국은 이를 계기로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의 공급망 재구축에 거액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환경 규제와 인허가 지연,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로 미국 내 정제 시설 구축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방위 산업과 배터리 산업의 핵심 광물인 코발트 역시 중국의 지배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6대 코발트 정련소는 모두 중국 소유이며, 세계 정제 코발트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18년 65%에서 2024년 83%로 늘었다. 또 중국은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인 인도네시아에 니켈 중간재 생산공장을 세워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 필수 광물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희토류 및 핵심 광물 관련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연방 정부의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