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 수출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의 직격탄을 맞았다. 20일(현지 시각) 스위스 시계산업연맹(FH)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스위스 시계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한 19억 8000만 스위스 프랑(약 3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스위스에서 출하된 시계는 1년 전보다 8.2% 감소한 110만300개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같은 기간 25% 감소했으며, 홍콩으로의 수출액도 12.5% 줄어들었다. 홍콩과 중국의 수출 규모는 각각 스위스 시계 수출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제난으로 이들 국가에서의 시계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미국 수출량의 감소이다. 지난달 미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한 340만 스위스 프랑을 기록했다. 미국은 명품 업체들에게 소비가 위축된 중화권 시장의 대안 시장으로 여겨졌으며, 실제 작년까지만 해도 견고한 수출량을 보였다.
FH는 “2월에는 주요 시장 대부분에서 큰 수출액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제임스 그르지닉 애널리스트는 “중국 클러스터의 약세는 이전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스위스 시계 업계의) 주요 악재는 미국에서의 수요 둔화”라고 말했다.
스위스 시계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부터 2023년 중반까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국경 봉쇄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각국 정부의 양적완화 덕분에 소비자들이 넘쳐 나는 현금을 명품 구매에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요 수출 시장에서의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시킨 관세 전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계 수요는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약세로 미국은 명품 브랜드들에게 긍정적인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그러나 시장 분석가들은 미국에서 작년 4분기 나타났던 시장 성장이 올해 1분기에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는 무역과 직결된 관세 도입 때문”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2021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미국 소비자 지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2월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98.3(1985년=100 기준)으로, 1월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
스위스 시계 수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3000프랑(약 499만원) 이상의 시계 출하량은 금액 기준으로 약 7.3% 감소했으며, 500프랑(약 83만원)에서 3000프랑 사이 가격대의 수출 금액은 15.4% 감소했다. 반면, 가장 낮은 가격대인 200프랑(약 33만원) 미만의 시계는 작년 대비 2.7% 증가했다.